기쁜 질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존경하는 P교수님이 있다.
아마 끝없이 존경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과 교수님이 아니고
내 지도교수님이 아니어서 일 수도 있다.
남의 떡이라서.... 커 보이고 때깔이 좋아 보이는 지도.
인연,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면
조금씩 내 궤도와 어긋나 만나지 못해서
교수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감사, 행복.
그 교수님에게 개설된 '번역이론'을 청강하고 있다.
내가 무슨 번역 과목이냐 혹은 학점취득도 못하는데 뭐 하려고 듣느냐
지금 박사과정생이 딴짓할 시간이 어딨 느냐라고 따박따박 묻는다면
다 맞는 말이다.
연구주제와 관련도 없는 과목을 청강하다니...
학점도 못 따는데 시간을 들이다니....
지도교수님 과목도 아닌데 청강을 하다니.....
미쳤어 미쳤어 * 100쯤 된다.
ANYWAY. 늘 빌드업한다며 앞 설명이 길다. 정작 본론은 짧다.
어제 교수님이 개인톡으로 '그래서 대충 논문연구주제가 뭐냐'라고 물으셨다.
아마 자료를 주시거나
조언을 해주시거나
수업시간에 내게 도움이 될 부분으로 내용을 채워주시거나 하실 건가.
아니면 그냥 학교는 잘 다니는지 궁금해서 그러신 걸까.... 는 모르겠지만
어젯밤 톡을 받고는 선뜻 답을 못하고 있다.
이유는?
전반적으로 하는 나의 말은......
글쎄요.... 뭐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네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이다.
논문 쓰기 워크숍을 들었다. 8주짜리 유료강의였다.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이었고
과제가 주어지고 첨삭을 해주는 알찬 강의였다.
그 강의의 첫 시간에 강사는 말한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말로 해봐라. 내가 할 말이 있으면 글은 어떻게든지 쓰인다.
할 말이 없는 게 나의 문제다라고 늘 생각한다.
지도교수님께 고백처럼도 말했다.
저는요, 제 생각이 없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요.....라고.
심지가 있는 곧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내 주체성을 갖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년수가 늘어갈수록, 모르는 것이 참 많구나라는 자각 속에서 절망스럽기도 하다.
니힐리즘이라고 허무주의가 나를 덮친다.
우주의 작은 먼지조각에 불과한 나의 존재, 그러나 내게는 너무 과대하여 버거운 나의 존재가 힘겹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다. 나의 연구주제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