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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Oct 30. 2023

부끄럽다

이것이 내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감정이겠다

겨우 두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내 마음은 홀가분하고 시원하다


그런데, 내가 남을 의식 안 하고 나하고 싶은 대로 사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거나 뭐 이런 거창한 명제를 끌어대지는 않겠다

내가 생각보다 남의 평가라거나 이런 거에 조금은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것도 일종의 부대효과인가


동네방네 취직했다고 자랑해 놓고

그것도 지도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거라고 자랑해 놓고

잘하지 못하고 나왔다는 게 두고두고 부끄러울 것 같다 

흑역사 내지는 오점이라고 스스로가 생각하며 언급을 피할 것 같다

모두에게 숨기고 싶다

특히 남편에게...... 그것을 예감했는지 잊었는지, 남편은 내가 취직해 있는 두 달 동안 꼬박 용돈을 지급해 주었다(자동이체를 해놓아서겠지)

그러나... 숨길 수가 없는 게 퇴사와 동시에 남편은 나를 피부양자로 신고해줘야 한다

그러니 이실직고하는 수밖에

퇴사했다는 말을 숨기고 당분간 조용히.... 지낼 것 같다

여기저기 안 돌아다니고 학교 도서관에나 조용히 나가야지

공부해야지 논문 써야지 

처절하게 글이 쓰고 싶어 졌다는 것도 부대효과다

오죽하면 논문이 쓰고 싶을까



퇴사가 처리되고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나면 아니 후임자가 들어오면 당장 그 주말에 육지집에 가야겠다 

토요일에는 마사지샾에 가서 마사지를 받으리라

평일에 한의원에 가서 추나를 받으리라


간절한 것들의 리스트는 길어진다만

일이 늘어지고 늦은 나는 오늘도 야근각이다

글이 자꾸만 쓰고 싶은데..... 이것도 막상 퇴사하고 시간이 나면 희미해질 터다


아이러니다

시간이 없으면 하고 싶은 게 많고

시간이 난다고 그걸 하게 되지도 않는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오늘을 잊지 않으려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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