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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Dec 07. 2023

나는 내 가난이 부끄럽지 않다

복지장학생 선발

학교 복도에서 조교를 만났다. 축하드려요. 장학금 받으시더라구요. 

장학금 하면 떠오르는 건, 성적장학금. 공부를 잘해서 받는 거....그러나, 내가 이번에 받은 장학금은 성적장학금 아니고 복지장학금이다.


나이가 많으면 덩달아 가진게 많을거라 여긴다. 오해다.

적지않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으니, 아마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 오해다.

일은 안 하고 전업 학생이니, 집에 돈이 꽤 많은가 보다고 생각한다. 오해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장학금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다. 국립대학이라 등록금 자체가 높지 않아서 일지 모르겠다. 성적 장학금이라는 게 있지만 금액도 많이 안 준다(받아본 적 있다). 전액장학금 이런 개념 없이 그냥 소수의 인원에게 격려차원에서 준다. 


복지장학생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눈여겨보지 않았고 살펴보지 않았다. 복지장학생이란 저소득층 학생을 말한다. 내가 가난하다는 생각은 안해봤다.


그러다 어느 한가한 날(역시 한가한게 중요하다) 공지사항을 들여다보니, 내가 자격요건이 되는 거다. 그래서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다. 받았다. 올해 다시 공고가 떴기에 자격요건을 살폈다. 역시 내 자격요건은 굳건했다.  1년 사이 숫자상 퍼센티지상 더욱 가난해졌다.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가난. 


남편에게 서류를 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말했다.

" 아, 여보! 우리 가난한가 봐."

"가난하지, 이번 달 가정부 월급도 못줬잖아. 그리고 저번 달에 정원사 내보냈어...."

내 남편은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마다 돈을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돈을 쓰느냐는 가치관의 문제이다. 나는 배우고 학교에 다니는 게 중하다. 나는 소유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제주도에서 없으면 살기 곤란하다며 늘 사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차 없다.


최종선발 알림 공고의 내용을 뜯어보고 내가 장학생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파악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이건 문해력에 문제가 있는 듯 보이므로 다른 포스팅에서)


제출자는 76명이고 

선발은 46명이고

사회교육대학원 학생은 그 중 7명이 받는다는 거구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이 교과서에 있었다.

 남편은 실직하고 아내가 회사에 다니는 신혼부부 이야기이다. 쌀이 떨어진 어느 날, 아내가 점심 식사를 하러 집에 와 보니 남편은 없고 대신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만 놓인 밥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라는 남편의 글을 읽고 아내는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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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나라에서 공부하라고 장학금으로 후원해주니, 열심히 공부할 일이다. 대학원생은 학생인데 외국보다 사회적인 혜택이 없다는 불만을 자주 이야기한다(박물관 미술관 학생할인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요소요소 뜯어보면 아마 혜택이 아주 없지는 않은 거 같다.

덧 2) 글을 쓸까말까 망설였는데, 알려지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격요건이 되는 사람 모두에게 주는 게 아니고 예산 안에서 나눠먹기다. 

덧 3) 내 취직은 9월 1일이었고, 이번 장학금 신청은 6월 30일까지의 소득이 기준이었다.  

덧 4) 돈은 통장을 숫자로만 그냥 스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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