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자가 훔치는 게 죄라면,
배부른 자가 탐하는 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있잖아, 너가 말한대로
타인은 경멸해야 마땅해
모두가 선으로 위장하고
뒤에선 남의 옷가지를 전부 벗겨내고
발가벗겨진 육신 위로
눈이, 손이, 혀가 기어 다녀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애처로운 연극,
그 위선의 막은 내려갈 줄을 몰라
뺏을 수 있는 것을 모조리 뺏어가
비어버린 손은 다시 남의 주머니 속으로.
사람은 모두 도둑이야
있잖아, 너가 말했잖아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기도하는 손끝에서,
울음보다 먼저 흐르는 건
두려움인가, 위선인가
저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는
저 껍대기가 내일의 우리가 맞이할 모습이기도
모르기 때문이야
오늘의 술잔이 비어지면,
내일의 술잔도 또다시 채워지겠지
누군가는 삼키고, 누군가는 쓰러지고,
우리는 기꺼이 그 순환을 소비해
비극마저도 시장의 원리에서 벗어나진 못해
되풀이될수록 값싼 상품이 되어,
누군가는 그마저도 사치라 부르겠지
그리고 어느 날,
거리에 남겨진 마지막 사람이
기도하는 사람도 없이 쓰러질 때,
그제야 세계는 완벽한 고요를 맞이해
모든 것을 잃은 아곳에만
비로소 진실이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