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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한 새벽의 고요함

by Camel

시간이 멈춘 듯한 새벽의 고요함


새벽 3시, 시계 초침 소리만이 고요히 흐르는 시간.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 나만 홀로 깨어 이 정적을 듣고 있다. 낮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들이, 이 시간이 되어서야 조용히 들려온다.


가로등 불빛이 방 안에 희미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이 순간, 시간조차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하다.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이 고요함이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


책상 위 차가워진 물 한 잔을 들어 마신다.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 시간이면 늘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낮에는 바쁨에 묻어두었던 고민들,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꿈들.


창가에 기대어 서서 어둠 속의 도시를 바라본다. 간간이 보이는 불빛들은 나처럼 잠들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같은 고요함을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생각에 잠겨.


책상 서랍을 살며시 열어본다. 오래된 일기장, 접힌 편지들, 찍어두었던 사진들. 낮에는 감히 꺼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들을. 이 시간이 되어서야 조심스레 마주한다. 지나간 시간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어내린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무릎을 끌어안는다. 나의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때로는 이렇게 홀로 깨어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마주하고,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아무도 없는 이 순간에야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창밖으로 새벽바람이 살랑인다. 커튼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그 움직임이 만드는 그림자가 벽에 춤춘다. 이 고요 속에서 모든 것이 더욱 선명해진다. 내 생각, 내 감정,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까지도.


시계는 여전히 3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괜찮다. 이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나는 천천히 나를 찾아가고 있으니까. 새벽의 고요함이 내게 건네는 위로를 받아들이며, 나는 조금 더 이 순간에 머무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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