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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앞에서

by Camel

# 거울 앞에서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면, 두 개의 얼굴이 나를 바라본다. 하나는 사회가 그려낸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진정한 나'의 모습이다. 이 두 얼굴은 때로는 평화롭게 공존하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격렬하게 충돌한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받아왔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때마다 나는 사회가 인정하는 '바람직한' 답변을 준비했다. 의사, 변호사, 교수... 그 답변들은 마치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깊은 밤, 홀로 남겨졌을 때면 전혀 다른 꿈들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창작자가 되고 싶었다.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꿈은 너무 불안정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말들에 휘둘렸다. "밥은 먹고 살아야지", "취미로 하면 되잖아", "현실을 봐야지"... 그런 말들이 내 꿈을 조금씩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은, 이 갈등이 단순히 '꿈 대 현실'의 대립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한 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직업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


때로는 사회적 기대와 개인의 열망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이 갈등 자체가 내 정체성의 일부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감이 오히려 나를 더 성장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거울 속의 두 얼굴은 이제 적대적이지 않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있다. 하나는 현실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다른 하나는 꿈의 하늘을 날아오르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는 이제 이 두 얼굴을 모두 받아들이며, 그 사이에서 나만의 고유한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어쩌면 진정한 자아정체성이란, 이상과 현실의 완벽한 조화가 아닌, 이 둘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거울 앞에 서서, 두 개의 얼굴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조금씩,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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