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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그리고 멀리

by Camel

# 가까이, 그리고 멀리


창가에 맺힌 빗방울이 서로를 향해 흘러가다가 멈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마치 인연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는 그 미묘한 지점에서, 우리는 때로 빗방울처럼 망설인다.


처음 누군가를 마주할 때면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좋아서, 말투가 따뜻해서, 눈빛이 진실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궤도로 끌려들어간다. 하지만 동시에 발걸음은 자꾸 뒤로 물러난다. 이전의 상처들이 속삭이는 걱정 때문일까, 아니면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두려움 때문일까.


친밀감이란 참 묘한 것이다.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아서, 그것은 우리를 치유하기도 하고 상처 입히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 때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도박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진심이 받아들여질지, 혹은 거절당할지. 내가 준 신뢰가 지켜질지, 혹은 배신당할지. 그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는 춤추는 불꽃처럼 흔들린다.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사람의 작은 흠집들, 나와 다른 생각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까지. 하지만 동시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그 사람의 따뜻한 배려, 나의 부족함을 감싸주는 포용력, 힘들 때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까지. 관계란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것은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늘 쉽지만은 않다. 가끔은 한 걸음 다가가다가 두 걸음 물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향한 마음과 두려움 사이에서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다.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실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관계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치유되기를 갈망하는 존재.


나는 이제 이 모순적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멀어지고 싶은 마음,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관계라는 커다란 강을 이루는 물방울들이니까. 때로는 흐르다가, 때로는 멈추다가,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결국 관계란 완벽한 균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불완전한 균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창가의 빗방울처럼, 우리는 서로를 향해 움직이고, 멈추고, 다시 움직이면서 우리만의 고유한 패턴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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