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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선미 Aug 12. 2024

절반의 기억


마룻장을 밟는 소리가

깜빡 잠이 든 새벽을 깨우고

미닫이 창호지 문으로

너를 밀어 넣었어


시퍼렇게 벼린 말들

새벽을 조각내고

꽃무늬유리도 조각내고


간밤을 하얗게 보낸 이불이

붉은 꽃을 피워내고 있었어


저 꽃을 피우려고

팔목이 뜨거웠던 거야


상처가 아무는 시간과

거짓이 앙금으로  가라앉는 시간은 비례했지


절반 이전만 기억하는 너는

사랑하지 않았었냐고 묻고

절반 이후만 기억하는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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