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를 푼 지 나흘째, 어제부턴 물도 직접 닿는 샤워까지 하고 있다.
깁스만 풀면 날아다닐 줄 알았는데, 단단한 부목과 겹겹의 붕대들이 사라지자 피멍이 낭자한 수술 부위가 그대로 드러나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풀면 더 아파요. “
깁스를 풀던날 의사 선생님이 하시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어쩜 그렇게 매번 맞는 말만 하시는 걸까.
수요일에 깁스를 풀고, 금요일에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나도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던 내 고통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셨다.
“누구한테 뚜들겨 맞은 것 같죠?”
맞다. 바로 그랬다.
수술을 받은 7센티 내외의 팔꿈치 주변으로 피멍과 그냥 멍, 그리고 붓기가 엄청나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통증들이 있었다.
팔을 쭉 펴고 누워서 자려고 해도 팔꿈치가 푹신한 침대에 닿는 것조차 힘들었다.
누구한테 흠씬 맞아본 적이 없으니 선뜻 떠오르지 않았던 고통인데, 과연 그 말대로였다.
누군가 내 팔을 두들겨 팼다면 이렇게 됐으리라.
“수술할 때 때리신 거 아니죠? ㅠㅠ”
“에휴, 누가 보면 남편한테 맞은 줄로 오해도 한다더라고요”
이젠 제법 친해져 넋두리 같은 농담도 주고받았다.
그렇게 통증에 대한 진단이 내려지고 나서, 피검사 결과를 듣게 됐는데 예상외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간 수치도 높고, 염증 수치도 높다는 것.
간은 약을 2주 정도 먹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염증수치는 의외라고 하셨다.
상처에 진물도 없고 깨끗하게 아물었는데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거다.
일단 항생제를 다시 먹고 다음 주에 다시 피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왼팔은 수술 때문에, 오른팔은 피검사와 링거 때문에 크고 작은 멍들의 향연이다.
의외로 나를 우울하게 한 것은 간수치였다.
약 때문일 수도 있지만, 2년 전 건강검진에서도 간수치가 일시적으로 높게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땐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또 이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지방간 때문인가 싶다.
퇴원 후 아픈 팔을 핑계로 자극적인 배달음식과 인스턴트, 스트레스를 핑계로 달달한 온갖 간식을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런 식습관이 간수치와 관련이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지인들에게 간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하니 먹는 것과 관련이 많다고 해서 놀라 검색해 보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식습관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제대로 못한 지도 벌써 3,4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먹는 것조차 엉망이면 건강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예쁜 주방도구나 정갈한 플레이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좀 있어볼까 한다.
다이어트와 체중감량을 위한 혹독한 식단 말고, 정말 내 건강한 삶을 위한 식단을 꾸려가고 싶다.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몇 권의 책을 담았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오면 서점으로 달려갈 생각이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모든 음식들을 먹을까 말까 고민할 때, 이제는 그냥 쉽게 NO라고 대답하면 된다는 사실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원래도 원하는 대로 보이는 대로 사 먹는다거나 식후 카페가 필수인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으므로.
남편에게도 이런 생각들을 공유하고, 함께 건강한 식단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고구마와 잡곡, 양배추를 주문하며 조금 씁쓸했지만, 이번엔 ‘맛있고 건강하게’를 목표로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