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연년생 아들 둘

건강하면 효도하는 거

by 동네줌마쓰리

“아!. 씨. 진짜!”

“뭐? 씨!! 너 엄마한테 욕하는 거야!?”

“씨가 무슨 욕이야! 비속어지!”


어디서 진상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꼴통의 사춘기들. 살얼음판을 밟듯 조심해야 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깜빡하고야 만다.


오늘 아침도 그런 순간이었다. 부주의하게 폭탄을 밟아 터트린.


초6 학년부터 시작된 “내가 왜?”, “싫어!”가 기본인 짜증을 유발하는 언행으로 50cm 안으로 가까이 접근하지 말자 살아가고 있었는데, 가끔 미친 것처럼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고 이뻐서 죽을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참아야만 하는 것을, 초등학교 때처럼 대하면 애 취급한다고 진상을 부릴 걸 알면서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실수하고 마는 것이다.


만 12살이 넘은 아이는 허락 없이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리는 것도 싫어하며 진저리를 치는데, 대체 오늘 아침에 나는 무슨 배짱으로 첫째의 엉덩이를 토닥였을까?


보통 일어나자마자 기분 더러운 표정으로 멍하게 앉아 있는 녀석이 오늘은 모처럼 방글거리고 얌전히 앉아 있기에 잠시 방심했나 보다.


내가 엉덩이를 주물럭거린 것도 아니다.


그냥 두 번 툭툭 토닥였는데 미친개처럼 난리가 난 거다.


학교 가기 전에도, 다녀온 후에도, 학원 다녀와서도, 아주 하루 종일 날 성추행범 취급하면서, 화내라고 말꼬투리 잡고 시비를 거는데, 짜증 나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일 년 동안 기도해서 저걸 낳았던가 자괴감이 든다.


그래. 누굴 탓하랴? 간절히 아기를 바란 다 내 탓이지.


내가 어쩌다 연년생 아들 둘 엄마가 되었더라?


계획을 세웠던 건 분명 아니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1년 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아기를 가지기 위해서 일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을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는 퍽 심각한 문제였다.


매달 임신에 실패해서 생리가 나올 때마다 실망하고, 난임 관련 인터넷카페에 가입해서 임신 비법이라는 정보는 다 찾아보고, 끝에는 유명하다는 난임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난임 시술 시도해 보기 전에 배란 날짜 받아서 자연임신 시도를 먼저 해보자고 했던 의사 선생님의 처방대로 따랐더니 아기가 바로 생겼다.


유명한 병원은 역시 실력이 좋았다.


임신을 확인하고 나서는 난임병원은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되었다.


출산까지 책임진다는 집에서 가까운 산부인과를 정하고, 임신주수에 맞춰 정기검진을 다니면서, 초음파사진 찍을 때마다 사람다워지던 아기의 모습과 하나씩 준비하던 아기 물건들이 생각난다.


제일 궁금했던 것은 얼굴이었는데, 이쁘고 안 이쁘고 말고, 아빠 닮았나 엄마 닮았나 말고, 나한테서 사람이 나오는데 눈코입 생김새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너무 궁금했다. 뱃속에 아기가 커질수록 얼굴 볼 생각에 두근두근 설렜다.


출산일을 일주일 정도 남겨놓고 진통이 왔지만, 산후조리원 들어갈 입원 가방까지 다 싸놓은 상태였던 나는 더 이상 준비 할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평범하게 순리대로 크게 어긋남 없이 몸무게도 키도 정상 범주 안에 든 건강한 아기, 첫째가 그렇게 우리에게 와서 가족이 되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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