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moments_34

- 함께였던 그 모든 순간들 -

by 슈크림빵

"꽤 집중하던 모습이던 걸."

의외라는 듯, 대견하다는 듯,, 이모두를 담고 있어 그런지 아라의 표정은 오묘했다.

"첨엔 의아했어요. 우피치에서도, 시스티나 성당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촬영 금지를 외치길래. 사진 몇 장 찍는다고 그림이, 벽화가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무뎌진 건지 아니면 만에 하나라는 그것조차도 대비하고 싶은 그들의 진심이 전해진 건지. 무튼 그러니 타협이 되던 걸."

"혼을 뺏는 기계라고, 사진기와 사진사를 두려워했던 적이 있었어요. 서양 문물과 함께 온 푸른 눈의 그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해서 그 모습을 담았겠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을에서 하나 둘 아이들이 없어지는 거예요.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도 모자라 건강하던 아이가 돌연 죽음에 이르자 안 되겠던지 마을 관아에 이를 고해 조사했더니.."

"사진이 아이의 영혼을 뺏었다? 말도 안 돼."

"물론 그림에 혼은 없지만. 화가들 역시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걸 또 듣고 있다 내가."

아라는 억지 아쉬운 척을 했고 진호는 보란 듯이 툴툴거렸다.

"안 된다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인 듯.. 성당 나온 지 얼마라고 후회가 막심일세 그려. 조토의 28점 프레스코화가 엉킨 실타래라 밤새 씨름할 듯."

"28개나 되었다고. 대체 난 뭘 본 거지."

순간, 그가 성당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가려는 자와 말리는 자의 대낮의 한바탕 소동은 프란체스코 성당의 평온한 기운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 열린 창문틈 사이로 이따금씩 전해지는 벌레들의 울부짖음도 소용없었다. 좁다란 침대 위에 모로 누운 채로 아라는 골똘한 상념에 잠긴 듯 미동조차 없었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과 성인을 곱씹으며 까무룩 잠이 드는 것이 오늘 일과의 마침표였다. 그러나 정작 그의 모습만 가득했다. 여태껏 접하지 못했던 생경스런 모습이었다. 허둥댄 적 한 번 없던 그가 발을 헛디뎠고, 게다가 엉덩방아까지 찧고 말았다. 그것으로 유추해 볼 때, 분명 보통의 사연은 아닌 듯했다. 들어서 좋은, 아님 듣지 않는 게 좋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서둘러 그의 입을 막았다. 과연 잘한 일일까? 멀리, 동녘에는 미명의 새벽빛이 어슴푸레 보이는 듯했다. 새들도, 나무도, 심지어 이름 모를 풀들까지도 새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직 그녀만이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의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잠깐 들어올래요?"

말투는 청유형이나 행동은 분명 명령문이었다. 답할 틈도 주지 않고 수녀원 내부로 총총걸음을 옮긴 수녀를 따라 들어간 방, 네모반듯한 책상과 그 위 노트북, 그 옆으로 놓인 투박해 보이는 티 테이블이 전부였다. 방 안을 휙 둘러보던 진호의 두 눈에 이미 자리를 잡은 수녀가 꽉 차게 들어왔다.

"무슨 일 이신지요."

의도치 않게 작아지는 묘한 기분은 물론 지나치게 공손해지는 말투 역시도, 진호는 맘에 들지 않았다.

"컴퓨터가 이상해요."

책상 위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는 긴 잠에서 깨어났다. 별안간 바탕 화면이 커졌고 이뿐 아니라 아이콘도 덩달아 커졌다. 이런 경우라면 스크롤바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탕 화면에 다 배치되지 못한 아이콘들, 심지어 겹쳐져 표시된 그것들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결국 윈도우 자체 해상도의 변화가 문제인 셈,, 다행히 아는 문제였고 해답지들은 차례로 머리를 쳐들었다. 바탕 화면 여백에 마우스 커서를 놓고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니 팝업창이 떴고, 곧바로 디스플레이 설정을 눌렀다. 16:10 비율 2560 *1600, 익숙한 숫자의 조합,, 17인치 모니터의 권장 해상도는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래픽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상, 정황상, 분명 컴퓨터에 설치된 사양을 모를 테니 칩셋 드라이버 설치 가능한 범용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V,, 뭐였더라?? 26개의 알파벳은 머릿속을 맴돌 뿐 정작 잡히지는 않았다. 그때였다. 중구난방이던 모니터 화면이 뚝- 끊겨 버렸다. 이에 진호는 허둥지둥 눈동자를 굴렸으나, 정작 수녀의 얼굴은 의아하리만치 평온해 보였다.

"껐다가 켜면 괜찮더라고. 기계는 종종 그렇던데."

성령의 터치였던가? 거짓말처럼 모니터는 본연의 색을 찾았고, 우왕좌왕하던 화면도 그 위에서 널을 뛰던 아이콘들 역시 제자리를 찾았다. 이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그리 하시지,, 뒤통수를 벅벅 쓸며 진호는 몸소 난감함을 표했다.

"차 한 잔 할 시간 되죠?"

"네."

따뜻한 민트차의 효과일까? 어느새 그는 평온해 보였다. 노트북 옆 프린터기는 징- 소리를 내며 종이를 뱉어낸다. 모니터, 키보드와 한참을 씨름해 얻은 결과물을 날쌔게 집어 들은 수녀는 진호에게 내밀었고, 한참을 들여다보던 진호는 눈을 들어 내내 자신을 향해 있던 수녀의 시선과 마주했다.

"예약 메일을 보고 또 본 건 드문 일이었어요. 아라 씨는 음,, 뭐랄까.."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걸로 보아 길어질 얘기라 생각되었는지 숨을 짧게 내어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진호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축일은 10월 4일,, 조그만 아시시는 그야말로 북적이죠. 뽐내는 거라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말이죠. 얕은 지식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경우 다반사이니. 고인 물이라 그런지 종종 접하는 케이스라서.. 성인의 유언대로 성당이 지어졌고, 유해가 다시 돌아온 날, 그 완전한 합인 성당 봉헌 축일을 체험하고 싶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질문일 테지만, 그럼에도 한 방 맞은 느낌,, 아니 부끄러웠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겠죠. 프란체스코 성당을 바라보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관점이 다르듯, 그녀의 발상이 따끔한 채찍질이 되었다는. 부끄러움이 사라지니 궁금해지더라고요."

할 말이 아직인지 수녀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그 틈을 타 손에 든 종이를 찬찬히 훑은 진호의 눈은 다시 수녀에게로 향했다.

"이걸 제게 보여주시는 이유가요?"

"이유랄 것 까지야."

입을 앙 다문 채로 진호는 수녀를 빤히 보았고, 언제나처럼 인자한 얼굴로 수녀는 말을 했다.

"이런, 바쁜 사람 시간을 너무 뺐었네요. 여러모로 고마워요."

"제가 뭐 한 게 있다고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수녀와는 달리 그는 이렇다 할 표정 하나 없었다.


"한두 번 하다 관둘 거면 아예 시작도 마요. 부탁 아닌 경고입니다."

"무슨?"

"수녀님.."

약속 장소인 문 밖 아닌 수녀원 내부, 불시에 아라를 만났던 조금 전의 상황을 진호는 복기했다.

"생사람 잡기는."

"투숙객도 아닌 이가 리셉션에는 무슨 일이래?"

"어쩐지 그래 보이더라니."

"에?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말고."

'대화 내용은 못 들었구나. 다행이려나.' 이에 그의 표정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제복에 설렐 나이는 지나서."

"푸흡."

아라의 반응으로 보아선 이대로 넘어갈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휘적휘적 걸었고, 진호의 두 눈은 그런 그녀를 면밀히 살폈다. 꺼림칙한 기분이 싫었다. 해서 떠볼까? 분위기 전환을 할까?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축일은 가을이더만, 정확히 10월 4일."

"그래서요."

"그래서요??"

아라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진호는 격양된 감정을 조금 얹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10월 3일."

"지금 그게 중요한 건가?"

"평생 아시시를 기억하게 될 테니, 성공한 거잖아."

"뭐?"

아라의 말투는 잔잔한 물결 같았고, 진호는 성난 파도 같았다.

"이런 얌체를 보았나. 밥상 차렸으면 수저는 올려야지. 떠먹여 줘야 해?"

진호는 괜한 헛기침을 해댔고, 아라는 흥- 하고 성난 콧김을 내어 보냈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축일이 갖는 의미를 모르지 않아. 그가 아니었다면 아시시도, 성 프란체스코 성당도 지금과는 첨이하게 달랐을 테니. 그의 본질을, 그가 물들인 변화의 역사를 좇고 싶은 마음이었어. 그의 유해가 돌아온, 성인의 유언이 비로소 행해진 그 의미 있는 날인 성당의 봉헌 축일을 기념하고 싶었다는.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서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욕심을 담아서."

"알고 있었다고."

"그 얘기했구나. 수녀님 하고."

진호는 빤히 아라를 보았지만, 마지막 퍼즐을 끼어 맞춰 달뜬 흥분이 한 김 식은 듯 아라의 관심은 그곳에 없었다.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유난히 휘적휘적 걸었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눈길을 잡는 실내 장식도, 침이 고이게 하는 메뉴도, 이렇다 할 특색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저 그런 식당이었다. 몇 개 안 되는 테이블, 그마저도 잔뜩 비어있는 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중 제일은 혼자만 신이 난 아라였다. 맛집은 무슨.. 아니꼬운 마음을 표출하려는 듯 진호는 성난 콧김을 거칠게 내어 보냈다. 테이블 위에 음식이 놓이자 아라는 눈을 꼭 감았다. 뜬금없는 식전기도라니!! 그녀의 모습이 달갑지 않은 진호는 고개를 크게 저었다. 기세를 몰아 아라가 십자성호를 긋자 결국 진호는 터지고 말았다.

"적당히 좀 하지."

"파티에 갈 때 의상을 갖추듯 이 음식 앞에선 경건한 마음과 기도는 필수라는."

으르렁거리는 진호와는 달리 아라의 말투는 너무나도 잔잔했다.

"지중해 요리도, 미슐랭 스타도 본척만척하길래 엄청 기대했네. 괜한 기대를 한 내 잘못이지 뭐."

"입만 열면 부르짖던 현지 요리라고."

포르게타,, 언뜻 보면 우리의 보쌈과 비슷하지만 바삭거리는 겉과 육즙으로 꽉 채운 속, 흔히 말하는 겉바속촉의 정석으로 돼지 옆구리 살을 롤처럼 돌돌 말아 통으로 구워낸 요리는 커다란 접시 위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따듯할 때 먹어달라며 아우성이었다.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쥔 그는 꽤나 심각해 보였다. 자를 위치와 각도라도 재는 것일까? 불만이 아직인가? 그렇다면 고민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겉면에 미세한 칼집 보이죠? 간이 잘 배라고 낸 양념 길이며, 넛메그라는 향신료를 뿌려 잡내를 잡고, 올리브유와 원두가루로 누린내까지 잡은 후에 서너 시간 오븐에서 구워 나온 요리예요. 흔한 재료이나 들인 정성은 어마하다는.. 소스를 곁들여봐요. 풍미가 더해질 테니."

"양이 제법인데 같이 먹어요."

"충분해요."

구구절절 이어진 아라의 설명 덕일까? 그의 심기는 한층 누그러졌다. 음식을 나누고자 함은 분명 그런 의미일 터.. 그러나 아라는 그가 기분 상하지 않게 적당히 거절을 했다.

"보기엔 그냥 뇨끼인데, 속재료가 어마한가?"

"속재료가 아닌 품고 있는 뜻이 다르달까?"

"그건 또 무슨?"

"gnocchi di giovedi."

"뭐?"

"목요일의 뇨끼."

"아!!"

'설마,, 안다고?' 아라의 눈은 절로 커졌다.

"피부색은 달라도 사람 사는 건 매한가지. 우리가 일요일에 짜파게티를 먹듯, 이곳은 목요일에 뇨끼를 먹는구먼."

그럼 그렇지. 절로 커진 눈은 어느새 제자리를 찾았다. 모처럼 만이라 그런 걸까? 본업에 복귀할 생각에 설레고 또 긴장되는 게 묘했나 보다. 아라의 두 볼은 금세 발그레했다.

"일요일에 짜파게티 먹는 진호 씨 취향은 존중할게요."

"아니구나."

멋쩍은 지 그는 뒤통수를 벅벅 긁어댔다. 처음에나 어려운 거지 일단 운을 떼고 나니 나아갈 방향이 정확히 보였다. 해서 아라는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나태, 탐욕."

"7가지 죄악."

아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검지를 들어 올렸다. 경청하라는 당부의 뜻과, 말을 끊지 말라는 경고의 뜻을 담고서 말이다.

"죄의 근원이며 동시에 죄인 7가지 중 하나인 탐욕,, 바티칸이 이를 견제한 탓에 검소한 식사가 중세 로마 식문화의 특징이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메디치 가문, 로렌초의 세 아들 중 차남인 조반니 디 로렌초 데 메디치(Giovanni di Lorenzo de' Medici)가 217대 교황에 즉위하자마자 밥상을 뒤엎어요. 교황 레오 10세는 낯설어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알 테지요. 95개 조의 반박문을 촉발시킨 바로 그 장본인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의 건축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들, 면죄부 판매 승인이란 한마디로 요단강을 건넌 거죠. 제대로 정신 박힌 부잣집 도련님은 존재하지 않나 봐. 권좌에 오른 37세의 젊은 교황님은 제일 먼저 메디치가의 부흥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 일례로 가문에서 차출한 다섯 명을 추기경으로 임명한 후, 정치 외교 등 교황의 업무 전반을 일임하고 정작 본인은 문학과 예술을 탐닉하고 사냥과 오락에 몰두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겨요. 그러던 중 교황청 재정이 바닥나자 급기야 사제직 매매에 손을 담그죠. 8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2,150여 개의 성직을 매매하여 300만 두카트를 벌었으나 500만 두가트를 탕진한 탓에 그의 선종 후 교황청에는 80만 두카트의 빚이 남았어요. 이 금액은 당시 세속 왕국 하나를 여러 번 파산시킬 수 있는 막대한 액수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잘못만 한 건 아니었어요. 그리스와 라틴 학자들을 로마로 초빙하여 로마대학교를 설립했으며,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발굴하는 등, 학문과 미술을 장려하였고, 더 나아가 로마와 피렌체를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었지만, 워낙 오점이 많았던 터라 뛰어난 업적이 묻혔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런, 뇨끼 얘기하다 너무 멀리 갔네요. 미식가로도 유명했던 그는 일단 잔치를 열었다 하면 기본이 300명,, 사낭터에서까지 호화로운 연회를 벌였다 하니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네요."

침을 꼴깍 삼키며 아라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극적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는 욕심으로 말이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에요. 교황 레오 10세의 선종 후, 225대 교황 자리에 오른 비오 5세는 신앙심과 도시의 안정성을 위해, 무엇보다도 엄격한 규울과 도덕성 회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자신이 속한 도미니코 수도회의 규율에 따라 종래의 호화스러웠던 교황청의 의식주를 검소하게 재편성해요. 한마디로 교황청의 수도원화를 지향하게 됩니다. 교황이라는 최고의 권력을 가졌음에도 예전의 검소한 수도자 생활을 몸소 실천하였고, 그를 따른 사제들에 의해 교황청에 가득했던 탁한 물은 맑게 변합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1년 중 약 160-200일은 금식과 금욕에 대한 규율을 갖추게 되었고 그로 인해 금요일에 금식과 금욕을 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목요일 저녁으로 맛과 영양은 물론 배를 든든히 채워줄 음식이 필요했어요.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다면??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재료가 바로 밀가루와 감자였고, 이런 이유로 뇨끼를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해요. 해서 지금도 일부 음식점에서는 ‘목요일의 뇨끼'(gnocchi di giovedi)가 있는 거고. 덧붙이자면 금욕과 금식이 끝나는 토요일 저녁에는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 요리 특히, 소의 위(trippa)를 먹는 풍습이 만들어졌다 해요."

"정작 가톨릭 신자들도 모를 듯."

"몸 가는데 머리 절로 간다는."

"오늘이 그 목요일이니 뇨끼를 먹는다. 그렇다면 내일은 금식을 할 건가?"

"절대. 해석 가능한 이탈리아어 때문이라고 해도 좋고, '목요일의 뇨끼'(gnocchi di giovedi)가 적힌 입간판이 반가웠다면,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놀랍지 않아요?'

"전혀요."

마치 행복한 꿈을 꾸듯 아라는 황홀해했지만 그에 반해 진호는 떫은 표정이었다. 그것은 극명한 온도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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