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moments_36

- 함께였던 그 모든 순간들 -

by 슈크림빵

현지인이 운영은 해도 맛집은 아닌가 보다. 비록 두 번째 방문이긴 하나 저녁 시간인데 이리 한산하단 말인가. 창가 쪽 테이블, 잔뜩 몸을 웅크리고 앉은 아라가 대번에 눈에 들어오자 길게 숨을 내뱉은 진호는 경쾌하게 걸음을 떼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비어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엉덩이를 걸치며 진호는 볼멘소리를 했다.

"하고 많은 음식점 중, 왜?"

"포르게타가 맛나더라고. 맛있는 건 한 번 더.. 금요일이라 목요일의 뇨끼도 없을 텐데."

한껏 비아냥대는 그였지만, 한 수 접을 아라가 아니었다.

"금식이 끝나면 트리파 먹는 풍습 얘기했을 텐데. 근데 내가 소의 부산물을 안 먹어서."

"금식은 무슨.. 우리 점심에 피자 먹었어요. 것도 한 판씩 사이좋게."

"보면 모르나, 포르게타 먹으러 왔잖아. 그중 맛집이라는."

진호는 입을 삐쭉거렸고 저도 모르게 아라는 주먹을 쥐었지만, 이성의 힘으로 눌렀다. 그녀가 내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한차례 헛기침을 한 후 진호는 입을 열었다.

"내 충고하는데, 보호받고 싶은 사람 아닌 보호해 주고 싶은 대상이 되라고."

"21세기에,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에, 호랑이 담배 피우는 얘기하고 있구먼.."

기도 안 찬다는 듯 아라는 성난 콧김을 내어 보냈다.

"지방이 많아 돼지 아니던가? 왜 이리 퍽퍽한 건지."

퉁명스러운 말투로나, 삐쭉빼쭉 움직이는 입의 모양새로나 바짝 성이 난 아라였다. 성난 사자의 코털을 잠재워야 했다. 진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수녀님께는 사과드렸어요. 저녁 메뉴 귀띔해 주셔서 뛰다시피 온 건데도 조금 늦었네요."

"옆에서 좌불안석하시길래 이 말 저 말 하다 보니."

괜히 멋쩍은지 머리를 한껏 쓸어 올렸다 이내 흐트러트리는 아라를 가만히 보던 진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난을 치고 수만 놓던 애신 아씨도 서양 놈, 동양 놈 할 것 없이 조선 땅을 짓밟자 그 고운 손에 총을 잡더라는,,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혔던 나 역시 물장사가 업이 되다 보니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더라는. 사시나무 떨듯 하던 두 다리도 하다 보니 잠잠해지더라. 전에 일하던 가게 천장이 3미터 60센티였지 아마. 사다리의 마지막 계단을 밟고 서서 팔을 쭉 펴야만 간신히 닿을, 것도 척척 해냈다고. 팔이 길어 남방 살 때 여간 불편했는데 전구 갈며, 천장형 에어컨 필터 청소하며 그제야 알았지 뭐야. '아~ 천직이구나' 했지. 고등학교 때 애들이 엄청 놀렸어. 오랑우탄이라고, 재미난 거 보여 줄까요?"

아라는 벌떡 일어나 오른손은 머리 위로, 왼손은 등 쪽 견갑골 아래로 옮기고 진호의 시야에 들어가도록 했다. 손끝은 등 뒤에서 이어져 있었다. 오래전 영화 ET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여전히 손을 풀지 않은 채로 고개를 휙 돌렸다.

"쉬워 보여도 아무나 되는 건 아니라는. 43명 중 유일하게 나 하나 성공했으니. 진화가 덜 되었다는 증거라며 과학쌤이 붙여준 별명. 실은 이거 치부라 먼저 얘기한 적 없는데, 던진다. 내가. 내내 찜찜했거든."

그러고는 눈을 찡긋했다. 마치 필살기라도 되는 양 말이다. 남녀 싸움 칼로 물 베기란 말처럼 날카로왔던 칼날은 어느새 무뎌졌다. 배시시 웃는 진호의 표정이 이를 말하고 있었다.

"키가 크면 당연 팔도 긴 것을. 거듭 말하지만 당신의 친절을 당연하다 여길 테니."

"중국집 가면 탕수육부터 주문하길래, 그 됨됨이에 누울 자리다 했던 거지. 전 사장님은 그런 사람,, 내가 얼마나 약았는데."

푸흡,, 진호는 웃음을 흘렸다. 이에 질세라 아라도 장단을 맞췄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아니 싸운 뒤에 돈독해진다 했던가? 주먹다짐은 없었다만 침을 튀기며 승강이를 벌였다. 그럼에도 웃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번지점프를 하다."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2번."

답은 하나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일치하지 않은 답으로 인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꾹 닫아 버렸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그 잠깐의 침묵을 깬 건 진호였다.

"여자라면 당연 영화가 먼저일 텐데."

"전공자라면 단연코 원곡이 먼저 아닌가?"

음식점을 나와 얼마나 걸었을까? 이렇다 할 간판도 내걸지 않은 상점의 외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그들의 귀와 발을 붙잡았고, 하나 둘 셋 하는 수신호 후 동시에 입을 열었지만 확신했던 이심전심 아닌 동상이몽이었다. 두 사람 사이 놓인 줄은 없었다만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싸우면서 친해진다 하나 거듭되는 다툼은 결국 등을 지게 할 뿐, '모성애가 많아 여자라지'.. 쓸데없이 날이 선 분위기를 이번에는 아라가 싹둑 잘랐다.

"나 기독교 신자예요. 환생이니 전생이니 그런 거 안 믿어서."

"두고두고 회자화된 영화라고. 내용은 그렇다 해도 두 사람의 왈츠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는데."

"사교댄스에 어울릴만한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고. 아. 라."

진호는 힘을 주어 한 글자 또 한 글자 그리고 마지막 글자까지 뱉어냈다.

"아. 왜?"

맞장구라도 치듯 아라 역시 신경질적으로 받아쳤다. 빤히 보던 진호가 별안간 오른손을 쭉 내밀었다. 설마,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건가? 그렇다면야. 마뜩잖은 표정으로 아라가 그의 손끝에 제 왼손을 슬쩍 얹으니, 기다렸다는 듯 진호는 미소를 흘렸다.

"음악에 맞춰 우리도 한번.."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아라는 황급히 손을 빼려 했으나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그는 잡은 손을 세게 말아 쥐었다. 그러고는 뭐가 신이 났는지 몸을 들썩이는 게 아닌가? 엄청난 힘은 아니었으나 이상하리만치 거부할 수가 없었다. 마리오네트 인형이라도 된 양 그녀의 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호는 허밍으로 그녀를 집중하게 했고, 영화가 아직이라는 아라는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진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진호의 손이 아라의 허리를 살며시 감싸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시골의 밤은 어두웠고 한적한 골목,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스피커 소리에 맞춰 둘이던 밤의 그림자는 어느새 하나가 되었다.


1230년 프란체스코 성인의 유해를 옮기던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의 당시 모습을 재현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아니 아라의 표현에 의하면 말이다. 당최 해석이 불가능한 말뿐이라 진호의 시선은 처음부터 아라에게 꽂혀있었다. 검은색 수도복을 입은 수사들과, 영화 '시스터 액트'에서 뛰쳐나온 듯한 한 무리의 수녀들 사이, 검은 바지와 흰 남방을 걸치고 튀지 않으려 노력은 했으나 그럼에도 그녀의 존재는 확연히 눈에 띄었다. 마치 흰 셔츠에 튄 김치국물처럼 말이다. 그 당시의 출발점은 성 조르지오 수녀원이나 지금 그 자리에 산타 키아라 성당이 세워졌다. 해서 Basilica di Santa Chira의 앞마당이었다. 프란체스코 성인을 추종하는, 그로 인한 따듯한 온기가 이 땅에 내려앉기를 바라는, 시기상 성당의 봉헌 축일과 맞물렸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여겼겠지만,, 매스컴은 고사하고 관광객들의 데면데면한 반응으로 보아 가톨릭 종사자들만의 의식인 듯했다. 그럼에도 굳이 앞장을 선단 말인가? 가톨릭 신자도 아니면서 말이다. 해석 불가능한 말 뒤로, 수사와 수녀의 성가 합창이 이어졌다. 다행히도 아는지 몇몇 관광객들은 소리를 내었지만 아라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틀린 그림처럼 말이다. 그러게 왜 사서 고생인지.. 성스런 성가도 모난 심정을 어루만질 수 없었는지 그는 연신 입술을 삐죽거렸다.

"주의 종이 될까 봐 두려워요?"

순간, 상념 속에 빠져 있던 진호는 현실로 돌아온다. 그 장본인이 다름 아닌 DEL GIGLIO의 수녀임을 알자 당황한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쯤 되니 잦은 만남을 부추기는 당사자인 아라가 다시금 미워졌다.

"좀 우습잖아요. 아니, 가톨릭 신자도 아니면서 훨씬 열심이니. 물론 저 위에 계신 분은 어여삐 여기시겠지만, 제 눈에는 꼴사나워 보여서. 의미 있는 날, 초치는 말이라 죄송하네요."

할 말은 죄다 해놓고 뒤늦게 미안한 척도 모자라 머리를 벅벅 긁으며 눈속임을 하려 했다. 영이 밝은 게다가 세상 경험도 많은 초로의 노인 앞에선 어림 턱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말이다.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까지 함께할 거죠?"

성직자들이 움직이니 DEL GIGLIO의 수녀도 덩달아 분주해졌고, 이에 진호는 한시름 놓은 얼굴이었다. 손에 든 묵주를 만지며, 입술을 달싹여 기도를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날을, 또 이 순간을 묵상하는 듯했다. 묵주도 없는, 기도도 않는 아라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것만을 곱씹으며 진호는 성작자들을, 아니 아라를 따랐다. 딱히 할 일도 없었고, 먼 거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중을 묻는 듯했으나, 결국 목적지까지 동행을 종용하는 그 단호함에 엮인 것일 테지. 하실 말씀이라도?? 혹 맞을 매가 있다면 먼저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겼다. 그리고 곱씹어본 결과, 맞을 만큼 잘못한 것도 없다는 계산이 섰는지, 몸은 쉬이 움직였고 좀 전의 비아냥은 사라진 듯 진호의 걸음 끝은 가벼워 보였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DEL GIGLIO의 수녀와 마주한 이 상황이 진호는 달갑지 않았다. 지은 죄 때문인가? 코뮤네 광장까지는 어찌어찌 갔지만, 의미도 목적도 없는 발걸음이 싫어져 그 즉시 대열에서 이탈했다. 도중하차는 물론 일언반구 없었던 자신의 행동이 내심 걸리긴 했다. 목적지였던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기다렸던 걸까? 혹 주의 종을 당황케 한 저 높은 곳 그분의 채찍질인가? 이런저런 생각들로 진호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프란체스코 성인의 축일과 성당의 봉헌 축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맞아요?."

마주한 채 서로의 얼굴만 바라만 보았다. 내동 이어지던 침묵의 순간, 그 정적을 먼저 깨어버린 건 DEL GIGLIO의 수녀였다. 추궁 아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요전날, 노트북은 핑계였고, 예약 메일은 미끼였다. 결국 성직자의 옷을 입은 인간이 놓은 덫이었다. 어설픈 대답은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기에, 진호는 이실직고 답을 한다.

"친구 놈이 신자예요. 유년기, 청소년기를 복사단으로 봉사했다는. 그 덕에 아시시를 선행 학습한지라."

"아. 그렇군요."

"그 녀석의 워너비였는데 어찌하다 보니 제가 오게 되었네요."

말없이 빤히 바라보는 수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이번에는 진호의 입이 먼저 열렸다.

"우연은 없다. 저 위에 계신 분의 계획이다. 뭐 그런 말씀하실 거라면.."

"두려운가요?"

진호의 말끝을 채며 수녀는 핵심을 물어왔다.

"네?"

"남의 일, 감 놔라 배 놔라 참견 않는 게 맞지만 그럼에도 악수는 막고 싶기에."

"왜요?"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는 건, 정작 감추면서 엿보고 싶은 거니. 아닌가요?"

빙 두르지 않고 수녀는 정곡을 찔렀고 이에 그는 눈썹을 꿈틀 하며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흘렸다.

"대개는 제삼자의 눈이 가장 정확한 법, 스쳐갈 인연임에도 자꾸 눈길이 가는 게.."

"번번이 이러실 것 같지는 않은데요."

"물론, 성직자의 옷을 입었을 때는 그렇죠. 그치만 오늘은 아니니. 보다시피."

그러고 보니 면바지와 맨투맨 티셔츠 차림이었다. 선글라스 혹은 작은 배낭이 있었다면 보통의 여행자와 다르지 않았다.

"부족한 용기가, 모자란 노력이, 빠듯한 시간이, 따르지 않는 건강이,, 때론 발목을 잡아요. 물론 그로 인한 상처는 천천히 아물고, 기억은 흐릿해질 테죠. 그럼에도 평생을 따라다닐 겁니다. 그 막연한 후회가.."

수녀는 크게 숨을 내어보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번지수 없는 문패 없듯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이만큼 살아보니 알겠더라는. 아라 씨와도 했던 얘기입니다."

"네?"

진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접근 방식이 다르긴 했으나 똑똑한 사람이니 알아들었을 겁니다."

"이제는 성직자의 옷을 입을 시간입니다. 형제님을 곤란하게 했으니 가서 회개해야죠."

푸근한 웃음을 흘리는 수녀와는 달리 진호의 얼굴은 잔뜩 먹구름이 낀 형국이었다. 순간,, 진호는 아라의 속마음이 궁금했고, 그녀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꼬뮤네 광장, 분수 앞이었다. 한낮은 지나 다행히 화력은 조금 시들했으나 해님은 여전히 심술을 부렸다. 언덕 위의 도시라는 특성 때문인지 그나마 바람은 시원했다. 맥주잔을 기울이고, 멍하니 앉아, 담소를 나누며,, 각자의 방식대로 저물어 가는 하루를 붙잡고 있었다. 그들 사이, 서로의 입에 과자를 넣어주는 남녀에게 아라의 시선은 고정되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저렇게 만나셨데요."

아라의 손끝이 가리킨 곳, 사이좋은 남녀의 모습은 진호의 눈에도 가득 찼다.

"서울에서 일을 하던 엄마가 고향 집으로,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빠가 친구 만나러,, 목적은 달랐지만 목적지가 같았던 서울-대전행 고속버스 안, 와그작- 새우깡 깨무는 소리가 두 분을 이어주었데요."

"꽤나 로맨틱한데."

"제삼자나 그렇지. 정작 당사자들은.."

피식- 아라의 웃음도 소용없었다. 출발점인 DEL GIGLIO 수녀원에서 도착점인 꼬뮤네 광장까지의 여정도, 도착한 꼬뮤네 광장의 북적거림도, 시원스레 물을 뿜는 분수도, 과자를 나눠 먹는 연인들도, 이 모두는 진호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아라, 아니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면담 이후 현재 아라의 마음 상태가 궁금하다는 게 정확하겠지. 부모님의 빛바랜 추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평온한 마음의 표출일 터, 내내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기에 더없이 좋을 타이밍이라 여긴, 진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수녀님이.. 무슨 말씀 안 했어요?"

"무슨?"

아무리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한들, 거짓말을?? 그럴 리가.. 스무고개는 의미 없는 싸움일 뿐, 거두절미하고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면담 안 했냐고?"

"아.. 설마 진호 씨도?"

그럼 그렇지. 그는 눈을 커다랗게 키워 끔벅이며 아라의 대답을 재촉했다.

"면담이라기에는.. 성경공부는 했어요."

"뭐?"

"고린도 전서 13장 13절, 창세기 1장 28절을 묵상하시길래 바짝 붙어 앉아 함께 했다는."

"그게 뭔데?"

"믿음 소망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생육하고 번성하라. 두 말씀은 결국,, 이웃을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라는 뜻이니."

접근 방식을 달리하셨다 했나? 자신에게는 첨벙첨벙 돌을 던진 반면 그녀에게는 성경말씀에 의한 연상 학습이었다고? 차별도 이런 차별이 없자 진호는 돌연 DEL GIGLIO의 수녀가 미워졌다. 그러나 따질 수도 없는 형편 아닌가? 차오르는 울분을 애써 삼키며 힘껏 말아쥔 주먹으로 애먼 가슴팍을 때려댔다. 그런 그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라는 별안간 소환된 성경 구절을 입에 달고 돌림노래처럼 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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