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moments_13

- 함께였던 그 모든 순간들 -

by 슈크림빵

8월, 한여름에 이례적으로 눈이 내렸다. 그 기적은 다름 아닌 교황 리베리우스(재위 기간 352-366)의 꿈에서였다. 꿈속에서 성모마리아는 하얗게 눈이 쌓인 곳에 교회를 지으라 계시한다. 또한 아이가 없어 걱정하던 로마의 귀족 지오반니 파트리지오 부부의 꿈에서도 성모마리아의 계시는 이어졌다. '눈이 내리는 곳에 교회를 지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이에 지오반니 부부는 리베리우스 교황과 함께 눈이 내린 곳을 찾았고, 에스퀼리노 언덕,, 산타마리아 마조레(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즉, '눈의 성모 마리아 성당'은 356년 지어졌다. 현재의 성당은 교황 첼레스티노 1세(재위 기간 422-432) 때 건축을 시작해, 교황 식스토 3세(재위 기간 432-440)가 434년 8월 5일에 축성했다. 이에 가톨릭인들은 '눈의 성모'라는 칭호를 얻은 성모마리아에게 봉헌하였으며, 교황의 대성당인 이곳에선 매년 성모 승천 대축일(8월 5일)에 교황께서 직접 미사를 집전한다. 예배 도중 돔에 달려 있는 등불에서 장미꽃잎이 흩날리는데, 이는 성모마리아의 전설을 상징하는 행사이다.


성모마리아에게 헌정된 로마의 26개 성당 중에,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규모 또한 크기에 'Maggiore'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로마의 일곱 언덕 중 가장 높은 에스퀼리노 언덕에 세워진 즉, 로마에서 하늘과 가장 근접한 성당이라는 의미 또한 크다. 대성당의 종탑은 75m로 중세 시대 로마에서 가장 높았고, 그런 이유로 종탑에 올라가면 로마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다. 예수님이 태어난 베들레헴의 구유 일부를 얻은 후에는 '구유의 성모마리아'라 불리기도 했으며, 1348년에 지진으로 큰 손상을 입었지만 오랜 기간 복원과 보수 과정을 거쳐 원래의 상태에 가장 가깝게 유지되고 있는 성당이다. 교황으로부터 특권을 받아 일반 성당보다 격이 높은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 산 피에트로 인 바티카노 대성당, 산 파울로 푸오리 레 무라 대성당과 함께 바티칸의 교회이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금으로 도금된 천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1489년 줄리아노 다 상갈로(Giuliano da Sangallo)가 디자인하였고, 이에 사용된 황금은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신대륙에서 처음으로 가져온 것으로, 이를 후원자였던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Isabella 재위 1474-1504)에게 바쳤고, 이에 여왕은 스페인 출신 교황 알렉산데르 6세(재위 기간 1492-1503)에게 봉헌했다. 해서 천장 중앙에는 알렉산데르 6세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중앙 통로 양편으로 있는 모자이크는 교황 식스토 3세 때 만들어져 1593년 복원된 것으로 왼쪽은 아브라함, 이삭과 야곱, 오른쪽은 모세와 여호수아의 이야기로, 제단에서 시작해 성당의 입구에서 끝이 난다. 중앙 제대 아래는 '예수 탄생 지하 예배당'으로, 이곳에는 예수님이 태어난 말구유의 나무조각이 보관되어 있고, 말구유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교황 비오 9세(재위 기간 1846 -1878)의 조각상이 있다. 또한, 성당 내부 발다키노의 오른쪽 측랑에는 베르니니를 포함한 그의 가족 무덤이 있다. 'Gian Lorenzo Bernini 1598-1680'라고 새겨진 네모난 석판은 그의 명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초라했지만, 그의 소망대로 시신은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해서,, 지오반니 부부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대로,, 신자든 아니든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다. 이에 부응하듯 성모마리아에게 봉헌된 그날 이후로, 그 옛날의 지오반니 부부의 기도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많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피폐한 영혼을 보듬고 있다. 아마도 그건 높고 위대한 하늘 아래에서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행하여질,, 가장 신성하면서도 존귀한 일이 아닐까?


"여기 오자고 한 이유를 알겠네."

"한때 교황님의 임시 관저였던, 바티칸 소속의 성당,, 축일은 아니지만 잘하면 교황님을 볼 수 있을지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고.. 성스러운 주일 북적이는 바티칸 대신.. "

"교황님이 홍길동도 아니고.. 거 말고, 추락한 성직자의 종지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꼭꼭 감춘 그 속마음은."

요는,, 1980년부터 보스턴 교구장을 맡으면서 당대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신임을 얻어 미국에서 가장 유력한 천주교의 고위 성직자인 동시에 차기 교황 후보군에도 거론될 정도의 거물이었지만,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 아래 2017년 비공개로 진행된 장례미사의 주인공 로우 추기경을 지칭하는 것일 테지.

"잘 잊지 못할 뿐만 아니라 뒤끝도 있었네."

호기롭게 말을 뱉었다만, 한 걸음을 뒤로 물리며 내내 마주했던 거리를 일부러 벌리는 진호의 몸사위는 전혀 군자답지 못했다. 언행일치에 어긋났으니 말이다.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거기가 어디오."

흥얼거리는 것도 모자라 마치 왈츠를 추듯, 리듬에 몸을 싣는 아라를, 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저래~ 하듯..

"설마 몰라요?"

"알아야 하는 건가?"

일요일의 로마였다. 차 없는 그 도로를 인간들이 점령한 날,, 콜로세움에서 베네치아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위로 각양각색의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암암리에 추진된 듯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네모반듯한 농지를 연상시키듯 꽤 구획 정리가 잘 된 모양새였다. 아라의 양쪽 귀는 덩치만큼이나 힘 있는 소리를 내지르는 성악가에게 꽂혀 있었다.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 중 제3막에 나오는 아리아로 호색한 만토바 공작이 변하기 쉬운 여자의 마음을 노래한 것으로 오페라 중 가장 유명한 곡인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이었다. 1851년 완성한 이 곡은 방탕한 짓을 저지르는 프랑스 군주와 귀족들의 신분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빅트로 위고의 '왕의 환락'을 원작으로, 오페라의 원제목은 '저주(La Maledizione)'라 붙였으나 원작의 내용이 사회비판적이며 혁명적이라는 이유로 공연 허가를 받지 못하자, 주인공의 이름인 리골레토로 제목을 바꾸고, 프랑스 궁정 대신 만토바 궁정으로 무대를 바꿔 심의를 통과했으며, '바람에 날리는 깃털과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이란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당대의 히트곡이었다고 전해진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것은 비단 오페라 무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민증 꺼내봐요."

핸드폰에 떨구었던 시선을 들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엄했다. 마치 불심 검문을 나온 경찰관처럼..

"동시대를 그렇다고 퀸과 함께 성장한 세대는 아니지만, 'love of my life' 한 소절은 알잖아.. 일명, oldies is but goodies. 베르디가 알면 불쾌하려나? 그 바람에 난 원곡을 알게 됐는데. 그럼 나쁘지만은 않은 결과, 당연히 알겠구나 했는데. 치."

마지막에 부러 넣은 실망의 한 음절은, 원곡을 불러 달라는 아라의 작은 염원의 표시인 듯 보였으나, 진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페라의 고장 아니랄까 봐 알 듯 모를 듯한 노랫소리는 사방에서 흘러나왔고, 제2 외국어 아니 모국어와도 진배없기에 한 소절쯤은 쉽겠구나 했는데, 웬걸,, 요리사는 제 집에서 주방 출입 안 한다더니. 무대행만이 답인가? 요행이 단칼에 거절되자 아라는 실망스러움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음악의 아버지, 음악의 어머니는 몰라도 로또의 아버지를 입에 올릴 줄이야."

진호의 미간에 실주름이 잡힌 건, 그때였다. 그 모습이 자신의 두 눈에 꽉 차게 들어오자 들고 있던 패를 던지듯 아라는 기세등등했다.

"Benedetoo Gentile."

여전히 실주름이 잡힌 얼굴을 하고 진호는 물어 온다.

"로또의 아버지."

몇 데시벨이었을까? 우렁찬 그의 웃음소리에 아라는 준비 없이 당했다. 눈가에 번진 웃음의 흔적을 서둘러 닦으며 그는 말했다.

"인터넷 찬스 썼구나."

"그니까. 그게 뭐라고 돈 들여, 시간 들여, 손가락과 두 눈까지 부러 들여서. 나원 참."

"배 안고파요?"

"특별시 사는 차도남은 삼시 세끼가 루틴이 아닐지 몰라도, 지방러는 루틴인지라, 내 배꼽시계는 애진작부터 아우성이었다고요. 관심 좀 가져 줄래요!!"

"그렇다면 성난 그 배꼽 잠재우러, 피자?"

"로또의 아버지 카드를 대놓고 던졌는데, 장난해요?"

"스테이크 도장 깨기 로마 편 ok?"

"그렇다면야. 이쪽으로 가시죠."

좀 전의 섭섭함 따위는 잊었는지, 익숙한 거리를 걷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원스레 걸음을 떼며 아라가 앞장을 서자 놓칠세라 진호는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저녁 식사를 하기엔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북적였다. 빼곡한 실내를 벗어나 야외 테이블에 그들은 자리했다. 말이 좋아 야외 테이블이지, 실상은 식탁보를 대충 걸친 나무 테이블을 중심으로 간신히 엉덩이 하나 걸칠 수 있는 의자가 다였다.

"평점이 좋아요?"

"평점도 평점이지만 인기 있는 메뉴를 주문했으니 걱정 말고, 토스카나 지방의 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인 키안티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 간판에서도 보았듯이 그 상징인 검은 수탉이 반갑게 맞아 주었으니."

"와인 맛집이라는 건지. 스테이크 맛집이라는 건지."

플라스틱 생수병을 매만지며 진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식의 나라여서일까? 퇴근 준비 중인 해님보다도 한층 벌건, 한 상 가득 펼쳐 놓고 이야기 삼매경인, 디저트로 입가심 중인, 해서 분위기가 무르익은,, 너무도 다른 식사 문화에 그저 어리둥절할 뿐.. '하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배경지가 이탈리아였던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테니.' 상념 속에서 허우적대는 진호를 현실로 이끈 건 다름 아닌 웨이터였다. 붉은 빛깔의 액체가 담긴 유리잔을 남기고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고기에는 레드 와인. 색도 맛도 끼리끼리 깔맞춤."

"와인은 좀 하신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한껏 들뜬 아라의 기분에 보조라도 맞추듯 그의 목소리 역시 들썩였다.

"결국 로또의 아버지가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셈이니."

"별거 아닌 일을 별일 만든 거 같아 내내 걸려서 이름이나 알아보자 했는데, 스크롤바를 올렸다 내리면서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했어요. 더불어 맛집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는. 해님 아직이니 이거 엄연한 낮술, 낮술은 엄마, 아빠도 몰라보는지라."

"우리뿐입니다. 그러니 맘 놓고 드시지요."

곧추 세운 그의 유혹에도 아라는 속눈썹 하나를 까닥이지 않는다.

"결국, 본인에게 하는 말이잖아. 반어법이라,, 고급 스킬인데."

마주한 그들은 거짓 없이 웃었다. 뉘엿했지만 아직 남은 해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그들을 내리비추고 있었고 그에 힘입어 서로에게 머문 미소는 한층 따스한 온도였다. 막힌 실내가 아니어서일까? 머물지 않고 흐르는 공기와 테이블 위 아롱대는 아지랑이는 한데 섞여 소용돌이치며 내려앉을 곳을 물색했다. 이내 찾았는지 살포시 자리를 잡는다. 낮의 옷을 벗어버린 듯, 아라와 진호 역시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고,, 그렇게 다시금 밤은 오고 있었다.


"좀 전의 기억은 사라집니다. 번쩍번쩍!!"

말 끝에 아라는 네모난 상자를 건넸다. POMPI라 적힌,, 갈색의 상자 뚜껑을 열자 카카오 가루라는 겉옷을 켜켜이 입은 티라미수가 묵직하게 담겨 있었다.

"IL CHANTI 스테이크집,, 티라미수가 뽐피보다 훨씬 맛있다던데 그것까지 얻어먹을 털 난 양심은 아니라."

"비비고가 원체 훌륭해서, 칭찬해."

"이것저것 다 들어갔는데, 심지어 트러플까지. 스테이크는 또 뭐고."

"눈으로 먹는 요리인 듯. 사진은 기가 막히네."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매만진 휴대폰을 아라의 눈밑까지 들이밀어 그는 동의를 구했다. 트러플 소스와 시금치, 리코타 치즈를 품은 라비올리, 시나몬과 조린 사과를 곁들인 스테이크는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지만 결국 보기에만 좋은 떡이었다. 크게 고개를 움직여 동의하는 한편,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아라는 나름 미안함을 표했다.

"그런 이유로 당신이 이곳에서 안 태어난 거야. 해서 다행이라고."

뭐가 다행이라는 건가? 한국에서 태어나 비비고를 먹는 것이? 아님 이탈리아인 아닌 한국인이라는 것이?? 결국 같은 말 같지만 품고 있는 속뜻은 분명 다른,, 느닷없는 진호의 말을 분석하느라 아라는 여념이 없었다. 뱉은 이는 별 뜻 없을지라도 들은 이는 부러 곱씹으며, 마치 언어학자 아니 심리학자라도 되는 양.. 생각은 그녀를 당겨 깊은 동굴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의 눈에 새겨졌나 보다.

"땡!!"

그는 마주한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뱅글뱅글 돌고 있는 어지러운 머릿속에는 당충전만이 답이다 싶어 그녀는 티라미수를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씹을 것도 없이 달콤 쌉싸름한 맛은 어느새 입 안에서 사라져, 아쉬운 마음에 다시금 입에 넣었다.

"마저 먹어요."

"오리지널 부르짖길래, 딸기 살 걸 그랬나."

"먹은 셈 칠게요. 가루가 목에 걸려서."

헛기침을 한 후 그는 생수병을 벌컥 들이켰다. 다행이라는 말의 의미를 물어볼까? 말까?를 두고 여전히 아카시아 잎을 떼고 있는 아라의 답답함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그의 목울대는 시원스럽게도 요동치고 있었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둘 중 뭐?"

"이왕이면 나쁜 기억."

"바바리맨을 봤어요."

마치 자기 잘못이기라도 되는 듯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에 아라는 괜스레 웃음이 났다.

"웨딩 촬영하는 부부도 봤어요. 선남선녀의 정석이더라는."

아벤티노 언덕 사벨로 공원(Parco Savello)의 오렌지 나무를 뒤로 하고 돌난간에 몸의 반을 걸친 아라와 진호였다. 손을 뻗으면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의 돔이 닿을 듯한,, 그만큼 높은 위치였다.

"종일 북적북적해서 조용하고 싶었거든. 나쁘던, 좋던, 잘 온 듯."

말끝을 따라가니 그의 시선은 베드로 성당에 닿아 있었다. 원치 않게 또다시 그의 말속에 풍덩 빠진 아라였다. 쓸데없는 괜한 상상에 헛 힘 빼지 말자~, 마음먹으며 아라는 크게 도리질을 했다.


"brother~"

익숙한 단어에 돌린 시선에 피부가 까무잡잡한 행상인의 모습이 가득 들어오자 진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아라는 웃음을 흘렸다.

"내가 아닐 수도."

애당초 관심도 없다는 듯, 아라는 고개를 돌렸다. 해가 지니 차도를 중심으로 거리를 장악한 잡다한 행상들이 가판을 펴고 성황리에 영업 중이었다. 혹 낮에 그 늠름한 성악가가 밤엔 행상으로? 초점이 나간 생각을 앞세워 낯설지 않은 가판대를 휘돌아보는 순간,, 헐벗은 목 위로 느껴지는 생경스런 감촉에 고개를 돌리니 급정거한 진호의 손과 마주했다.

"옷자락을 안 놓잖아."

바람을 타고 손끝에서 흔들리는 스카프나, 그의 목소리나 애처롭기는 매한가지였다.

"아까 언덕에서 도리질하던데.. 추워서 그런 거고. 목 상태 핑계 대고 임시 휴업 할까 봐, 미리 내리는 처방전이니 괜한 오해 말고."

미처 두르지 못한 천 조각을 아라의 손에 쥐어 주며 조목조목 부연 설명을 해대도, 궁금함을 담은 아라의 두 눈은 물러설 기미 따윈 없었다.

"미리 주는 선물, 거 아니면 팁!!"

선을 내리 그으며 더 이상의 물음과 상상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그의 강경한 태도에 애먼 스카프만 꽉 쥘 뿐, 그녀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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