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한다.
간소하고 단순한 삶에는 자유로움, 풍요로움이 있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무소유, 법정 스님)
미니멀 라이프하면, 먼저 공간을 떠오르겠지만, 심플함은 공간에 한하지 않고, 뱃속, 내적의 단순함까지 말할 수 있다.
[공간의 심플]
공간은 우리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공간이 변하면 삶의 스타일이 변하고, 삶의 스타일이 변하면 삶 전체가 변하게 된다고 한다.
홀로서기를 준비하던 2년 동안 나는 많은 물건을 버렸다. 특히 옷을 많이 버렸다. 별로 입어보지도 않은 옷들이 옷장 안에 수두룩 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샀지? 정리하면서 대충 계산해 보니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4년간 집중해서 꽤 많이 사 있었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 괴로움을 옷으로 대치하려 했던 것일까?
옷가지를 반 수 이상 갖다 버리고 나니 옷을 사고 싶은 의욕이 생겨나지 않는다. 이 4년간은 옷을 사지 않았다(올 겨울에 한국 출장 가며 패딩 하나 산 게 전부이다). 몇 년 후가 되면 지금의 새 옷도 매력이 없어질 테니까.
마이홈에는 최소한의 가구만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가구점 사장님이 여러 가구를 추천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내 삶의 공간을 가구로 가득 채우고 싶지 않았다. 옷장도 내 방에만 놓고 아들 방에는 두지 않았다. 내 방 옷장 서랍에 비어 있는 곳이 많아 아들 옷을 거기에 넣을 수 있었고, 침대 밑 달려 있는 작은 서랍에 자주 입는 옷을 넣으면 되었다. 아들 방에는 책상과 침대, 내 방에는 옷장과 침대만 놓았다.
일반 가정의 거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탁, 소파, TV대신, 긴 탁자와 책장만 놓았다.
책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고 작은 책장을 구매했다. 예전에 연구할 때 구매한 책들은 이전 집에 놔두고 필요한 책만 챙겨 나왔다. 앞으로 10년간 연구에 필요할 서적은 학교 연구실에 갖다 놓았기 때문에 이 집으로 가져 올 책은 많지 않았다.
[배속의 심플]
육류를 안 먹은 지 10년이 되었다. 5년 전부터는 책을 통해,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조리법이 매우 단순해졌다.
주방에서 볶고 튀기는 조리법은 거의 사라졌고, 대신 찌고 데치는 방법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조미료도 기본적인 것(간장, 된장, 고추장, 소금, 후추, 고춧가루, (올리브유))으로 최소화했다.
5년 전 자연식을 실천할 당시에는 책 대로 해서 꽤나 자연식 위주였고, 기름에 불을 가열하지 않는 조리법을 고수했다. 요즘은 다소 느긋해졌다. 가끔 사람 만나 외식을 해야 할 때는 생선을 먹기도 한다. 한 때는 생선, 계란도 안 먹었는데 외식할 때 주문할 게 없어서이다. 적당히 편하게 지내는 것도 감정 소비를 피할 수 있어 좋다.
아침은 과일로 하고, 점심은 거의 직접 만들어 먹는다. 대만의 조리법은 볶고 튀김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자연식을 하려면 직접 준비할 수 밖에 없다. 저녁은 강의 있는 날에는 밥을 먹고, 강의 없는 날에는 에너지 소모가 적으므로 과일이나 고구마를 쪄서 생야채와 함께 먹는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 외에는 맛집을 드나드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내적인 심플]
일터에서도 부질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있다. 대만 교육부, 과기부에서 끝없이 날아오는 프로젝트 모집에 온갖 에너지를 소모하며 지냈던 시간들과도 작별했다. 정말 내게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것만 선택하여 하고 나머지는 내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편해졌다. 안 하면 못 살 것 같았던 그 일들에 대해 정말 필요한 일인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해야 하나 묻다 보니, 해야 할 일과 놓아야 할 일 사이에서 선을 그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이 단순해지니, 그 많던 번뇌들이 확 줄어들었다. 지나간 과거를 되새기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불안해하는 시간들이 훌쩍 줄어들었다.
마음을 요란하게 하는 걸 막기 위해 인간 관계도 많이 단순해졌다. 기본적으로 타인은 고칠 수 없기에. 맞출 수 있는 것은 맞추고, 그렇지 못하는 것은 정면 충돌하지 않고, 적절히 피해 가는 것도 하나의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 넘쳐나는 물건과 정보, 쉴 새 없이 요동치는 우리네 감정에 휘둘려 우리의 몸도 마음도 바쁘기만 하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피로에 어느새 중독이 되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헤아리지 못한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가 그랬다.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버겁고 힘들었지만,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지내다 결국 항의하는 몸과 마음에 주저앉곤 했다.
살기 위해 나는 변화해야 했다. 그래서 수년 간 익숙한 일상의 고리를 끊어버리려 도전했고, 그 도전들의 집합은 "심플함"이었다.
간소하고 단순한 삶에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있다. 그건 아마 여백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여백이 있는 심플한 일상 속에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간다.
[그릇 하나와 젓가락, 이 둘만 사용하여 식사하는 대만 명상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