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찾아든 무기력감

by 이경보

무기력해졌다.

무기력한 날들이 쌓이면서 먹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독서도 다 귀찮아졌다.


그렇게 잘 챙겨 먹던 채식 위주의 식단도 번거로워 일주일간 식단에 변화가 없다. 한꺼번에 야채를 사다 냉장실에 처놓고는 대충 해 먹었다. 반찬도 1-2개로, 그 이상 준비하는 게 번거로웠다.


운동에도 차질이 생겼다. 매일 맨발 걷기를 하던 공원이 작년 12월에 봉쇄되어 버려 출입금지가 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공사를 하는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봉쇄 중이다. 운동을 멈출 정당한 핑곗거리가 생겼다.


브런치 글쓰기도 예정된 시간에 글을 못 올리고, 내용도 무미건조하며 발송 후에 들여다보면 오타도 많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연재의 글도 12월에 중단된 체 글을 못 올렸다.




홀로서기해서 의기양양 모든 게 내 맘대로 잘 나가는 듯했는데...

전력질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속도에 못 이겨 타이어가 펑크라도 난 듯.


일주일에 이틀 학교 강의 가는 것 외에 딱히 하는 게 없다. 가끔 찾아오는 학생들과 면담이나 하고, 석사 논문 지도가 고작이었다. 예전 같으면 학생을 불러다 이야기도 나누지만, 내가 먼저 부르지도 않았다.




지쳐버린 걸까?

충전 시간이라 하기에는 너무 무기력하다.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어졌다. 곁에 있는 작은 아들과도 최소한의 관심과 말만 했다. 아들의 짜증에도 인상을 찌푸리기 전에 바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이유도 설명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나를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우려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러려고 홀로서기한 게 아니잖아?"

"더 잘 살려고 나온 거 아니었어?"

자신을 다그쳐 보기도 하고,


"이럴 때도 있어야지, 이게 인생인 거야. 인생 별 거 아냐."

"넌 쉬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다른 건 다 좋으니 "운동" 하나만 하자!"

마음먹지만 말고 그냥 오늘부터 하자.

그래서 아침 아들 등교 때 역까지 데려가 주고 집에 돌아와서는 엘리베이터 타기 전, 그 옆에 있는 아파트 헬스장으로 향했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가기가 어렵다는 걸 알기에 수건을 준비하고 외출했다.


서너 달 운동하지 않았기에 실내 자전거를 10분 타니까 숨이 차 왔다. 첫날은 10분만 했다. 그다음 날은 20분간, 한 주 정도 익숙한 후에 25분으로 늘리고, 점차 다른 운동도 겸해 총 30분을 했다.

몸의 반응을 보며 시간은 조정하고 "매일"하자고 했다. 매일 2주를 하고 나니까 2주만 더 해보자고.


1달을 하고 나니 몸이 덜 피곤해졌다. 1달까지는 아침에 운동하고 학교 가면 강의 시간에 좀 나른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적응 과정이라는 걸 알기에 버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아침 운동. 번거롭지 않게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기 전 그 옆 헬스장으로 들어가 한 운동이 인제 3개월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20분에서 시작한 운동이 지금은 1시간 코스가 되었다. "자전거 타기, 윗몸일으키기, 팔 어깨 단련, 훌라후트"를 하면 1시간이 금방 지난다.




아침 공복에서의 1시간 운동.

땀이 꽤나 많이 흘린다. 운동으로 흘리는 땀은 몸속 노폐물이 배출되고 혈액 순환이나 림프선 흐름이 좋아진다고 한다.

운동한 덕분에 개운한 마음으로 하루가 시작되다 보니 무기력감에서 서서히 헤여 나온 것 같다.




무력감, 넌 언젠가 다시 날 찾아오겠지.

그래, 오려면 와.

내가 어찌 오는 널 막을 수 있겠니.

근데 니가 찾아온다고 해도 오래 동안 머물지 못할 거야.




[사진: 이미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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