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젊다고 생각한다. 마음만은.
100세 인생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중간 지점에 겨우 와 있을 뿐이다. 60세부터 후반전 인생 시작이라고 하니, 난 아직 후반전에 들어서기 한참 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들놈이 내게,
"엄마, 요즘 반응이 느려!"
"엄마, 까먹는 게 많아!"
"요즘 내가 하는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운전하는 데 집중을 잘 못해!"
...
등등의 말을 하며 성질을 낸다. 본인은 내 걱정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욕설로까지 들린다.
(반응이야 원래부터 느렸고, 기억력의 기능도 원래부터 부실했으며, 말귀 못 알아듣는 건, 니 선택하는 어휘와 내 중국어의 갭에서 오는 문제이고, 운전 집중 못하는 건 니놈이 나를 피곤하게 해서 그런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TV에서 보면 치매 걸린 부모가 자신은 치매 아니라며, 치매라고 하는 자식들에게 짜증을 내고 욕설을 하는 어르신들을 본 적이 있다. 오늘은 작은 아들과 같이 있으며 그런 어르신의 모습을 몇 번인가 떠올랐다.
아들이 나보고 새로운 것을 하라고 명령조로 말을 한다. 매일 산책하고 가벼운 체조하고 글 쓰고 책 읽기만 하면 위험하다는 것이 아들의 의견이다. 걷거나 명상 같은 정적인 거 말고 반응이 빠른 탁구를 하라고 하고, 글 쓰거나 읽지만 말고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한다.
며칠 전 영어 단어 외우는 앱을 내 핸드폰에다 깔며 매일 단어를 외우라고 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키우는 게임 형식으로, 외운 단어를 반복하며 새로운 단어를 외워 가는 시스템이었다. 감동 그 자체였다. 역시 어학 공부도 게임 형식이 아니면 상업화하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구나! 재미있다고 하니 매일 외우면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3일은 시키는 대로 재미있게 했다. 이렇게 해 나가면 레벨업도 바로바로 될 것 같았다.
그런데 4일째가 되는 날, 일을 하다 보니 그 앱을 열지 못했다. 그다음 날에도. 그랬더니 이 아들놈이 일하는 내게 영어 단어를 외웠냐고 물어오는 것이었다. 아직이라고 했더니, 화를 벌컥 내며 이런 말을 쏟아부었다.
"결심을 하면 매일 해야지, 왜 작심삼일이야?"
"몇 분 걸리지도 않는데 그만한 의지도 없어?"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치며 아들 욕설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이 그대로 메아리가 되어 내게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요즘 먹는 것도, 입는 것도, 하는 것도, 만나는 사람도 별 반 차이 없는 반복적인 일상이다. 아들놈 말 대로 새로운 것은 없다. 그렇다고 무료하냐면 결코 그렇지 않다. 내 나름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니 이게 행복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50대에 아들에게 이런 말들을 들으니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