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서호, 그 두 번째의 아름다움

중국여행기 ㅡ5

by 바람처럼


황저우의 서호는

중국 사람들도 손꼽아 찾고 싶어 하는 관광지다.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곳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서호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눈 내릴 때라고 한다.

그러나 눈 오는 날을 기대하기엔 현실이 멀다.

번째로는 비 오는 날,

세 번째는 안개 자욱한 날,

그 마지막 네 번째가 맑은 날의 서호란다.


비가 자주 오는 서호를 찾는,

관광객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라 느껴졌다.

역시 그들의 발상은 배울만 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날’의 서호를

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일 년 중 거의 매일이 두 번째로 아름다운 날들일테지만...^^


중국은 대국답게

모든 것이 큼직큼직하다.

호수도, 산도, 도로도, 땅도…….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면

하얀 벽에 검은 기와지붕의 집들이

획일적으로 이어진다.

한편으론 깔끔하고 단정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숨결은 덜한 느낌이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하얀 벽은 깨끗함을 의미하고, 검은 지붕은 먹물의 색으로

공부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여행의 끝자락,

중국에 머무는 내내 비는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황산에서도, 삼청산에서도, 서호에서도 나는 끝내 비의 이끌림을 따라 걷는 여행자였다.


돌아오는 길

비자가 없는 우리는 자진신고서를 작성했다.

그 과정 속에서

책임이 따르는 자유와,

적당히 묻어가는 집단의 규율,

그 미묘한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어느덧 인천공항.

활기 넘치는 번잡함이 공연히 반갑다.

‘역시 내가 살던 물이 최고야’

속으로 웃으며 뿌듯한 마음을 안고 귀국한다.

정말 얄밉도록 여행 내내 이어지던 비.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곳에서 돌아오니 우리나라가 천국만 같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이제 얼른 집으로 달려

포근한 이불속에서 푹 쉬고 싶다.



중국 (황산성) ㅡ 낯선 길을 걷는 동안, 나는 풍경보다 사람들을, 사람들보다 내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닫은 여정 속에서, 놓쳐버린 순간들, 미처 담지 못한 풍경들, 그리고 작은 깨달음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여행은 결국, 살아 있다는 확인이자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 돌아온다.



#중국여행 #비 오는 서호 #풍경의 온도

#비의 기억 #황저우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21화황산성, 춤으로 기억되는 여인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