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타고 한 세상 (황산)

중국여행기 ㅡ3

by 바람처럼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상상은 그들이었기에 가능했다.

구름을 밟고 나는 중국 황산에 올랐다.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아야 했다.

하얀 안개가 온 세상을 감쌌다.

까만 어둠이 아니라, 모든 것을 덮어주는 하얀 장막.

그 안에서 나는 '보려 하지 말고, 느끼라'는 말을 되뇌었다.


바람이 불었다.

연기처럼 흐르는 구름 사이로 잠깐 기암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른 카메라를 들었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쭉쭉 뻗은 주목, 빛을 향해 팔을 뻗는 소나무의 손길이

안개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제 나는 술래가 되었다.

구름을 뚫고 오른 거대한 황산에서,

나는 혼자 고요히 선 고독한 술래였다.


기대하던 기암괴석과 절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길게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묵묵히 걷는 일이 전부였다.


안개는 황산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하얀 허공 속에

길과 난간만 겨우 떠 있었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 한 그루가

안개에 씻긴 실루엣으로 서 있었다.


기암은 안개가 걷히는 찰나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손을 들자마자 사라지는 그림자 같았다.


내가 본 황산은 모습을 숨기는 산이었다.

구름이 걷히는 순간,

날카로운 두 개의 봉우리가 잎사귀 사이로

잠깐 눈을 맞춰주더니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난간을 따라 이어진 좁은 산책로는

안갯속에서 공중에 매달린 다리처럼 보였다.


황산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총 계단 수가 무려 16,000개에 이른다고 했다.

그 계단을 따라 짐을 지고 오르는 짐꾼들이 있었다.


양쪽에 무거운 짐을 매단 긴 막대를 어깨에 얹고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사람들.

그들에게 오르막은 고통이지만,

"조금만 더… 저기까지만…"

그 마음으로 하루를 견딜 것이다.


가이드가 말했다.

“중국 정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자입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런데 왜 여전히 사람이 짐을 나르죠?”


그는 말했다.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짐을 지고 산을 오르면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받고, 일이 끝나면 3개월의 휴식이 보장됩니다.

월급도 꽤 괜찮아요. 산속이라 돈 쓸 데도 없어서

더 알차게 모을 수 있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 그 짐꾼들도 함께 탔다.

짐을 내려놓은 채. 비로소 가벼워진 몸으로.

그들도 우리처럼,

구름을 허리에 감은 황산을 말없이 보고 있었다.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五岳)이 보이지 않는다더니,

그 말이 문득 떠올랐다.


황산을 보지 않고는 산을 말하지 말라 했던가.

어딜 가도 안개만 본 나로서는

더욱 할 말이 없다.


황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황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려고 온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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