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기 ㅡ2
“신기하고녀 안갯속을 걸어감은!
숲마다 돌알마다 호젓하고
나무마다 외로우니 다른 나무는 보이지 않습네다
신기하고녀 안갯속을 걸어감은!
인생은 고독합네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모르고
모두가 호젓합네다.”
— 헤르만 헤세, 「안개」
삼청산,
바로 이 시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안갯속을 걷는다.
내가 있는 곳이 산인지 길인지,
지금 올라가는 중인지 내려가는 중인지조차 모를 만큼
모든 것이 흰빛에 감싸인 길이었다.
그 길에서 짐꾼들을 만났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끝없는 길을 오르는 사람들.
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워
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순간,
우리 일행은 조용히 길을 비켜섰다.
누군가는 짐을 잠시 거들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물을 건넸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환한 미소가 오갔다.
그 풍경이 참 따뜻해서 얼른 사진에 담았다.
안갯속에 언뜻 드러나는 소나무들의 자태는
황홀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주목의 강인한 기세,
솔송나무의 아기자기한 자태에
마음이 절로 내려앉는다.
애써 기대했던 기암괴석은 잊는다.
보이는 것만 즐기고,
비가 그쳤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걷는다.
우비를 입지 않아도 되는 날씨,
선선한 공기,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이 순간 자체가 감사하다.
그저 그 하나하나에 감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여행길이다.
둥글게 둘러앉은 식사 한 끼
중국의 음식점은 대부분 원탁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탁자 위에
뷔페처럼 차려진 음식을
돌려가며 덜어 먹는 방식이다.
짬뽕이나 자장면 같은 익숙한 음식은 없지만
워낙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녀간 덕에
음식은 대부분 한국 입맛에 맞춰져 있었다.
‘중국 음식 걱정’은 기우였다.
맛있게 차려진 한상을
둥그렇게 둘러앉아 나눠 먹는 그 풍경이
왠지 정겹고 친근하다.
사각형 테이블에 익숙한 우리지만
원형 식탁의 부드러운 분위기와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사각 테이블의 한국 식당에 들러
주인이 한국말을 건네면
그 반가움은 또 다르다.
외국에 나오면
말이 통하는 동포는
그 자체로 친지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삼청산은 세계적인 절경이라던데, 정작 내게는
세계적인 안개만 내주었다.
그날 나는 삼청산이 원래 안개산인 줄 알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본 삼청산은
나만 즐긴, 삼청산의 비밀 버전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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