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 1

삼청산, 안개의 나라에서

by 바람처럼

공항에 도착하자 조선족 가이드가 마중 나왔다.

역시 ‘만만디(慢慢的)’로 이름난 대륙답게,

그 귀한 시간을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버스기사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가이드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중국인답게

이쪽저쪽 노련하게 줄타기를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일었다.

우리 민족일까? 중국인일까?

어쩌면 독립투사의 피가 흐를지도,

아니면 일제강점기를 피해 떠나온

선량한 조선 백성의 후손일지도 모른다.

낯선 얼굴을 보며 나오는,

습관적인 나의 상상은 나래를 편다.


버스가 도착하자, 우리는 항저우에서

곧장 황산성으로 출발했다.

중국에서 말하는 ‘성(省)’은

우리나라의 ‘도(道)’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중국의 풍경은 낯설다.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도시의 건물들은 의외로 깔끔하다.

단층집은 거의 없다.

지붕은 마치 별장처럼 장식되어 있고

그 위에는 탑이 얹혀 있다.

이 지역은 습기가 많아 1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2~3층에서 주거 생활을 한다고 한다.

지붕 위의 탑은 조상을 모시는 공간이란다.


도시를 벗어나자 눈부신 자연이 펼쳐진다.

높은 산들이 겹겹이 겹쳐서 늘어서 있고

우리 일행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인사한다.

굳이 삼청산까지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수많은 산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우리를 반긴다.


이곳은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이 비 오는 날이라 한다.

황산성에 들어서자마자,

삼청산은 가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엄청 복잡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산 입구에는 관광객보다

우산과 우비를 파는 장사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국은 처음이라 환전에 고심했지만, 기우였다.

한국 돈 천 원이면 대부분 통했다.

달러도 위안화도 필요 없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위세가 이곳에선 당당했다.


삼청산에 오르자 다행히 비는 그쳤다.

하지만 이번엔 안개가 몰려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


그 안에 서 있으니, 다시 외로워졌다.

어딘가로 가고는 있지만

정확히 어디쯤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눈보다 마음으로 더듬어야 하는 길.


그 길 위에서, 나는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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