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라인과 카렌족 마을, 야시장

경계를 허무는 밤

by 바람처럼


집라인의 도전

코끼리와 헤어진 뒤, 숲길을 빠져나오자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라인이었다. 고소공포가 있는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다섯 살 소녀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신난 표정을 짓는 모습에 슬그머니 대열에 합류했다.

나이가 무슨 상관. 여행자의 길에는 숫자가 필요 없다. 세상은 경험한 만큼의 대접을 해주는 법. 어린 소녀가 대견하고, 부럽기도 했다.

덕분에 나도 밀림의 타잔보다 신나게 숲 속을 날았다.

고소공포가 그 순간, 자유로움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를 넘어선 내가 스스로도 대견했다.


카렌족 마을


카렌족 마을에 들렀을 때, 그곳 여인들이 참 단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엄마도 모두 곱고 맑았다. 그래서일까. 남자들은 자신의 여인을 그렇게라도 지키고 싶었을까?

카렌족 여인들이 목에 두른 고리는 사랑일 수도, 굴레일 수도 있다. 그들을 안쓰럽다고 여기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바뀌기 전에 우리의 기준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방식을 인정하기로 했다. 카렌족 소녀의 예쁜 미소에, 나는 겸손한 미소로 답했다.

치앙마이 그 열기의 밤


뱀 쇼를 보고, 룽아룬 온천수에 몸을 담갔다. 저녁에는 태국 전통무용을 감상하며 음식을 즐기는 칸톡 디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둥근 상 위에 놓인 전통음식이 하나 둘 채워지자, 무대 위에는 무용수들이 나타났다. 긴 손톱 장식을 손끝에 끼우고 부드럽게 흔들 때마다, 달빛에 젖은 나뭇잎처럼 은은한 선이 그려졌다. 이어서 촛불을 들고 춤추는 무용수가 등장했는데, 작은 불빛이 어둠 속을 부드럽게 가르며 퍼져 나가자 공연장은 금세 별빛이 흩뿌려진 듯 몽환적인 분위기에 잠겼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춤사위는 부드럽고 우아하다가도 힘 있고 격렬하게 변주되었다. 관객들은 탄성과 박수를 보내며 눈길을 떼지 못했다.


식사 후에는 나이트 투어를 즐겼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이를 타고 시내도 달렸다. 여러 대가 한꺼번에 달려도 다른 차량이 끼어들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흔들어주거나 환영의 제스처를 보냈다. 마치 오래된 그들의 약속처럼 보였다.

도시의 소음과 바람을 끌어안고 요란스레 달리자, 가슴이 후련해졌다.

밤시장을 한 바퀴 돌고, 숙소 근처 작은 주점에 들렀다. 태국 맥주로 아쉬움이 남은 열기를 달랬다. 이곳도 열한 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기에, 우리는 미리 주문을 넣었다.

얼음을 가득 담은 유리잔과 함께 맥주를 내주었다.

술을 잘 못 하는 나는 얼음 넣은 맥주잔을 양주처럼 홀짝였다. 주인은 우리와 맥주를 두고 먼저 퇴근했다.

주인도 없는 바깥테이블서 우리가 주인인양 마음껏 즐겼다.

태국의 주도(酒道)라며, 옆에서는 잔이 비워질 틈도 없이 마신만큼 곧바로 채워줬다.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잔.

그 넉넉한 잔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여행은 결국, 내 안의 경계를 허무는 일.


그날 밤,

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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