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족 마을

치앙마이를 기록하다 -2

by 바람처럼

여행의 의미가 사람마다, 또 나라마다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폭포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물안개가 얼굴에 닿자, 피곤함이 씻기듯 사라졌다. 잠시 머무르며 자연을 즐겼다. 다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다랭이논이 나타났다. 반가웠다. 꼭 우리나라 어느 시골 마을에 온 것처럼 익숙한 풍경이다.


고산족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다. 낡고 투박하지만 그들이

정겨운 미소와 함께 직접 볶아 건네주는 재래식 커피를 마셨다.

그들의 편안한 모습을 바라보며 ‘삶이란 무엇일까?’ 문득 생각이 이어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삶일까.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행의 그림자가 없다. 오히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더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허름한 집, 수수하고 남루한 옷차림에도 그들의 표정은 밝고 따뜻했다.


나는 또 궁금해졌다. 그들이 맞이하는 여행객들의 얼굴에서, 그들은 무엇을 읽을까.


길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이 겹쳐졌다. 부모님의 걱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꿈 많던 소녀였던 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치앙마이는 ‘북방의 장미’ 라 불린다. 한때 란나 타이 왕국의 수도였던 곳. 그래서일까, 도심 곳곳에는 오래된 사원들이 살아 숨 쉰다.


저녁 식사 후 찾아간 왓 체디루앙 사원은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어둠 속, 커다란 고무나무가 고고히 서 있었고, 사원 지붕 위로 둥근달이 걸려 있었다.

그 장면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고요와 장엄함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진 찍기에 급급했다. 셔터 소리만 남기고 정작 그 순간의 숨결은 놓쳐 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어쩌면 놓쳐버린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얼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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