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 살아가기

내가 너의 주인님이야

by 바람처럼

“나는 I야.”

“그래? 난 E인데.”


성격도 이니셜로 요약되는 별천지

해시태그가 먼저 붙는다


신석기 건너뛰고

크로마뇽인에서 바로 포노족

문자 대신 이모티콘

입 대신 손가락

표정 대신 짧은 진동


나도 포노족이라 우겨보지만

매번 한 발 늦는다

키오스크 겨우 배웠더니

바코드로 주문하래


주저앉을 수 없어

배운다


누워서 쇼핑하고

앉아서 연애하고

말없이 이별하고

다시 누워 영화 보는

가로본능의 하루


세 살 배기가 뉴스도 검색하는

어른 없는 동화의 뒷면


누구 하나 사라졌는지는

손가락이 더 잘 안다


감정 소비 줄이려

AI를 들였다

대답도 빠르고

가끔 눈치도 본다


완벽한 AI의 대답에

어디쯤 비어 있는

약간의 허세

조금의 진심


“내가 너의 주인님이야.”

버티지만


어쩐지

내가 호출당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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