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예쁜 아이와, 인사동 거리
인사동 거리는 언제 보아도 정겹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늘 낯설다. 골목마다 한옥의 지붕선이 이어지고, 오래된 간판이 삐뚤빼뚤 걸려 있는데도 그 안엔 묘한 이국적 정취가 흐른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 같으면서도, 낯선 도시의 뒷골목에 들어선 듯 생경하다.
거리 한쪽에서는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셀카를 찍고 있었다. 한복 대여점 앞에는 서 있는 인파들로 시끌벅적했다.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물었다.
“엄마, 이 뮛꼬?” 순간 웃음이 나왔다. 분명 우리 것인데, 아이 눈에는 새삼스럽게 신기한 풍경이었을 테다.
인사동은 또 ‘예술의 거리’로 불린다. 갤러리와 공방, 작고 예쁜 카페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다. 우리는 사진전이 열린 전시장으로 향했다. 건물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다른 전시들이 이어졌다. 특히 4층은 새로웠다. 26인의 작품은 저마다의 개성과 빛깔로 가득했고, 첫 전시임에도 열정이 전시장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꽃 대신 집에서 직접 만든 음료를 건네며 전시를 축하했다. 조용한 전시실에서 아이와 나란히 사진을 바라보았다. 프레임 속의 풍경과 인물들이 말없이 이야기를 건네는 듯했다. “아름다운 열정은 이렇게 전해지는 거구나…”
그 마음을 아이도 느꼈으면 했다.
전시장을 나서니, 한낮의 햇볕이 거리를 뿌옇게 데우고 있었다. 골목 끝에서 흘러나오는 전통악기 소리와,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인사동은 여전히 활기찼다. 하지만 나는 아이 손을 꼭 잡고, 조금 더 시원한 곳을 찾아 청계천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인사동의 진짜 매력은 글이나 사진으로 다 전할 수 없다고. 결국은 직접 걸어보아야 알 일이다. 많이 궁금해지면 가서 직접 봐야지 뭐~^^
여전히 예쁜 아이와, 청계천에서 종묘까지
아름답다고 여러 번 들었던 청계천. 막상 마주하니 조금은 다르다. 특별한 무언가보다는, 그냥 평범한 실개천 같았다. 하지만 여름 한낮, 그 얕은 물속에 발을 담그며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청계천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이도 웃으며 말했다. “밤에 불이 켜지면 더 예쁘대!”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겁이 많아 사실 밤의 청계천은 조금 무서울 것 같았지만, 아이의 웃음 앞에 괜스레 마음이 풀렸다.
아이와 깔깔대며 걷다 보니, 눈에 들어온 건 온통 커플들.
그 사이 유독 혼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표정이 괜히 궁금했지만, 멀리 있어 알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오래 남았다.
밤의 청계천은 다음으로 미루고, 발길은 종묘로 이어졌다. 그런데 종묘 역시 이곳저곳 공사 중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만난다.
사찰도, 도시도, 심지어 제주도까지—
늘 파헤치고 다시 짓는다.
“이러다 이 작은 나라 남아나는 게 없겠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내원에게 공사 끝나는 시점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설계 변경이 계속돼서요. 시공비만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 뮛꼬?” 한숨이 새어 나왔다.
토요일이라 다행히 자유관람이 가능한 날이었다. 평소라면 해설사와 동행해야 한다고 한다. 입구를 지나 향대청, 재궁, 전사청이 딸린 정전으로 들어서니, 비로소 종묘의 위용이 눈에 들어왔다.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정전은 고전적인 건축미와 숭고한 의미가 가슴 깊이 다가왔다.
영녕전에 서니, 제례가 열리던 옛 장면이 문득 그려졌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공간 같았다.
종묘를 나서 종로 방향으로 내려가니, 큰 동상 아래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주변 벤치에도 노인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나무는 해가 갈수록 더 위풍당당해지는데, 노인들의 모습에는 쓸쓸함이 묻어나는 듯해 마음이 저려왔다.
그 순간, 옆에 있는 ‘여전히 예쁜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활기찬 종로 거리를 향해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불과 몇 걸음 차이인데도 세상은 달라졌다.
활력이 넘치는 서울,
젊은 에너지 가득한 거리— 그리고 그 곁에 함께 걷는 아이.
그래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