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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May 28. 2024

혼자 산에 가면, 이런 효과가?


징검다리 휴일에 뭘 하지?


이번 주 수요일은 징검다리 휴일이다. 

몇 주 전부터 고민을 했다. 집에 다녀올까? 아니면 회사 숙소에 있을까? 

집에 다녀올려니, 시간도,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원에서 집에까지 편도 3시간, 왕복 6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 KTX 비용과 버스비까지 포함하면, 교통비만 6만 원이나 든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번 휴일에는 집에 가지 않고 직장 숙소에 머물기로.

그리고는 무얼 할까 고민을 했다. 바다낚시를 가고 싶은데, 장비도 없고, 차도 없다. 

등산을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친구가 없다. 직장 동료나 후배들에게 같이 가자고 해볼까 고민했는데, 괜한 부담을 줄 것 같아 포기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혼산(혼자 등산)'이었다.


평소에 등산을 자주 다니지는 않았다. 

1년에 2-3번, 직장 동호회를 따라다니는 정도다. 등산 동호회도 자발적인 게 아니라, 직장상사의 권유로 가입한 것이었다. 처음 동호회를 따라 산에 갈 때는 귀찮기도 하고,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등산을 다녀오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산에서 보는 풍경도 좋았고, 땀 흘린후 느끼는 상쾌함도 좋았다.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도 좋았고, 산을 내려온 후 마시는 막걸리와 산채 비빔밥은 꿀맛이었다.



혼자서 등산을?


하지만, 혼자서 산에 갈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그냥 쓸쓸해 보일 것 같았다. 산을 걷는 내내 말벗이 없어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약간 처량해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하던 중, 관사에서 생활하는 동료 직원이 혼자 산에 갈 용기를 내게 해 주었다. 그 친구는 혼자 다니기를 즐겼다. 점심시간에도 회사 주변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고 다녔다. 혼자서 축제 구경도 다니고, 주변에 경치 좋은 곳, 유명한 곳을 빼놓지 않고 다녔다. 그분에게 휴일에 가볼 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 관사 뒤에 있는 산 이름이, 비음산인데, 가보셨나요?"

"비음산?, 아파트 상가 안에 '비음산 국숫집'이 있는 건 보았는데, 산 이름은 몰랐네요."

"한번 가보세요. 저는 가끔 혼자서 다녀오는데, 생각보다 산도 깊고, 물도 좋고, 걷기 참 좋아요."


그 친구의 권유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래, 이번 휴일에는 '혼산'을 다녀오자, 아파트 뒷산으로.'

그래서 '혼산'을 시작하게 되었다. 휴일 아침 8시에, 동네 뒷산, 비음산으로 출발~.


비음산,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창원 시내
'숲 속 나들이길' - 창원 시내 뒤편에 있는 정병산과 비음산을 이어주는 둘레길





혼자 등산하면, 이런 좋은 점이?


생전 처음이었다, 혼자서 오랜 시간 본격적인 등산을 한 것은.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는데, 다시 돌아온 시간은 오후 2시였다. 처음에는 비음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능선까지 숨을 헐떡이며 올라갔다. 창원 시내와, 회사 아파트가 한눈에 보였다. 굳이 힘들게 정상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능선을 내려와 산 둘레길("숲 속 나들이길"이라 한다)을 걸었다. 둘레길을 걷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친구들과, 동호회원들과 산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래서, 혼산을 하는구나'

"혼자서 산에 오니, 이렇게 좋은 점들이 많이 있구나!"


등산은 친구들과 같이 갈 수도 있지만, 혼자서 갈 수도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다.

 이날 처음으로 6시간을 등산하면서, '혼산'(혼자 하는 등산)이 좋은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시간계획을 내 마음대로 짤 수 있다.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친구들과 같이 간다면, 이렇게 이른 시간에 출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언제든, 어디서든 마음대로 쉬어갈 수 있다.
동호회원들과 등산할 때는 시간에 쫓기면서, 정상을 찍고, 다음 장소로 분주하게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산을 걷다 의자가 나오면 쉬었다. 숨도 돌리고, 간식도 먹고, 길가에 피어 있는 야생화도 감상했다. 계곡이 나오면 세수를 했고, 양말을 벗고 발도 담가 보았다.
셋째, 숲의 정취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둘레길을 걷다 보니, 나무냄새, 풀냄새가 상큼하게 느껴졌다. 깊은 심호흡을 하며 걸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아랫배에 가득 채운 후, 천천히 내뱉었다. 나무향기, 꽃향기가 내 안에 흡수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넷째, 오랜만에 최고로 장시간을 걸었다.
동료와 함께 산행을 하면, 시간제약을 많이 받는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더 걷고 싶어 하는데, 한두 시간도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대부분, 2-3시간 정도 일정을 잡는다. 혼자 둘레길을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루 만보 걷기가 목표인데, 혼산 덕분에 오후 2시에 하루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은퇴 이후 추천하는 취미? - 등산


나이 드신 분들이 은퇴 이후, 산을 많이 다니신다. 

은퇴 후 권장하는 취미로 등산이 포함된다는데, 왜 좋은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은퇴 후에는 직장생활 때보다, 시간여유가 많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일자리"와 "일거리"라 한다. "일자리"는 은퇴 후에도 경제적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을 의미하고, "일거리"는 수입이 생기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취미라고 한다.


이 중에서 제일 추천하지 않는 취미는 '골프'라고 한다. '골프'는 보통 4명이 함께 하기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취미이다. 나이가 들어도 오래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이 따른다. 설령 나는 괜찮다 하더라도, 함께 하는 동료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어쩌다 한 번은 좋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 나가기에는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리고, 결정적인 단점, 골프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운동이다. 


그런 면에서 등산은 은퇴 이후 활동으로, 가장 추천하는 좋은 취미이자 , '일거리'라고 한다.

가족과 함께 갈 수도 있고, 동호회원들과, 때로는 친구와 갈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좋은 점은 '혼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만의 시간에, 나만의 장소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운동이자 취미인 것이다. 


그냥 고민 없이 우연히 시작한 혼산이었다. 

징검다리 휴일을 길에서 보내기 싫어 시작한 등산이었다. 하마터면 기차에서, 길에서 시간을 낭비할 뻔했는데,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은퇴 이후에 즐길 수 있는 나의 일거리에 하나를 추가하기로 했다, '등산' 그리고 '혼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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