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쿠키와 씁쓸한 커피

by 김추억

오늘 순천에 보기 드물게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어제만 해도 지구 온난화가 걱정이라며, 이렇게 겨울이 따뜻해서야 되겠느냐고 누군가에게 말을 했었는데 입이 방정이었을까, 아니면 겨울이 그 소리를 듣고서 발끈했을까? 하루 만에 매섭게 돌변한 바람과 눈보라에 길이 꽁꽁 얼어붙었다.


집에 돌아오니 택배 하나가 계단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순천에 눈이 쌓일 줄 상상도 못 하셨을 기사님이 계단 한편에 놓아둔 택배상자, 그 위로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상자를 열어보니 몇 달은 먹고도 남을 과자와 쿠키, 젤리가 한가득 들어있다. 남동생이 조카를 위해 보내온 선물이었다. 부자된 마음으로 남동생에게 인증샷을 보내고 쿠키 몇 개를 꺼냈다. 얼어붙은 바깥 풍경과 쿠키를 보니 절로 커피 생각이 나 블랙커피를 뜨겁게 탔다. 그리고 딸아이와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며 남편이 추천해 준 책을 꺼냈다.


달달한 쿠키와 쓰디쓴 커피를 번갈아 먹고 마시고 있노라니 쿠키와 커피, 그 둘의 조합이 참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을 넘어 환상적인 조합이다! 하나는 너무 달고 하나는 너무 쓴데 말이다.


마치 인생 같았다.


행복하고 달콤한 날들과 눈물 나는 시련의 날들이 섞이고 섞여 사람이 완성해져 간다. 행복한 날들만 연속되었다면 감사를 몰랐을 것이다. 힘든 날들만 연속되었다면 희망을 모르고 포기했을 것이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이 적절히 어우러져 어쩌면 나는 모든 일에 자족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른다. 지난 내 인생을 돌아보니 내가 살아온 하루하루가 완벽한 조합 속에 흘러왔다는 게 느껴져 감사했다.


앞으로 나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에 나는 당연히 기쁘고 감사할 테지만 그렇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나는 달달한 쿠키와 쓰디쓴 커피의 완벽한 조합을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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