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아저씨
조용한 저수지로 산책을 갔다. 세상 편안한 물 위에 서로 정다운 오리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집에 와서 한 장 한 장 살펴보는데 한숨 밖에 안 나왔다.
카메라도 문제가 없고 자연풍광도 문제없었다.
그저 사진 찍는 기술이 전혀 없는 내가 문제였다.
빛의 방향, 각도조절, 초점맞추기...
이런 것 좀 배워둬야지 하면서도 그 결심은 늘 그때뿐인 것 같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니 유화 같기도 하고 수채화 같기도 한 그림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잘못 찍은 사진이었지만 오히려 고가의 미술 작품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모네 그림 같다고 감탄을 했다.
(인상파 화가 모네 아저씨, 아저씨는 긴 시간 공들여 그림을 남기셨지만 저는 카메라 셔터 한 방으로 아저씨와 비슷한 그림 하나를 1초 만에 뚝딱 그려냈답니다. 억울하시다면 이 시대로 시간여행을 오세요. 스마트 폰 하나 선물 드릴게요. 아, 참! 사진이 발명된 것과는 별개로 아저씨 그림이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알려 드릴게요.)
사람들은 멋진 풍경을 보면 그림 같다고 감탄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계절마다 시시때때로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여주는 자연은 최고의 화가임에 틀림이 없다.
뜻밖에 얻어걸린 수채화, 실수투성이인 나지만 실수를 해가면서 얻어걸리는 행운도 무시 못할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