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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굣길

by 김추억

<하굣길>

아무도 없지만 학교 담장 밖으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학교와 집이 가장 가까운 혜림이와 먼저 인사한다.

"잘 가, 내일 보자."


그다음은 정희, 그다음은 병렬이...

나는 제일 꼭대기에 사니까 혼자 걷는 시간이 생긴다.


이 교복을 벗고 싶지 않은 두려움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도축장 끌려가듯 걷고 있다.


방금 전까지의 웃음은 차디차게 식어서 추위에 떤다.

세상에서 가장 힘겹고 버거운 길이 하굣길이라니...


아무 생각 없이 걷는 하굣길을 꿈꾸는 시간,

나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끄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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