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김치>
어머니의 김장이 일어나는 곳,
햇볕 드는 앞마당이 아니네요
따땃한 거실 한복판이 아니네요
여기 이 밭이네요
여기 어머니의 밭에서
이미 김장이 시작되었어요
배추 폭이 차오르네요
대파도 대차게 새파랗고요
쪽파도 쪽물 들어 파르스름해요
빨간 고추 저거 다 따려면
굽혀진 관절마다 후끈후끈 붉어지겠어요
가을무는 인삼보다 좋다던데
어머니 이게 다 몇 뿌리인가요
어머니의 김장이
이 밭에서 거의 끝났네요
아리랑 고개 같은 밭이랑 돋우셔서
검정 비닐 씌우시니
거기서 장미 같은 배추 피었네요
가시 없는 보드라운 배추김치 되려고
대신 어머니 손 거칠어졌겠죠
잡초 하나 없는 밭,
푸른 밭작물들이 땅의 생명력을
마음껏 흡수합니다
이거 먹고 자란 딸자식 아들자식은
건강해야 할 의무를 지녔어요
고춧대 사이로 엮어진 줄들이
마치 악보 같아요
마디마디 오선줄에 채워진
빠알간 음표들이 어머니의 노래되어
들려옵니다
아이고아이고
여기서 김장 거의 담그셨네요
땀으로 절이고 버무리는 일을
여기 이 밭에서 다 하셨어요
앞마당에서 혹은 거실 한복판에서
절이고 버무리는 딸자식 아들자식도
어쨌든 몸살이 납니다
김치는 좀 매워야 해요
그냥 김치 되는 거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