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이 그립고 사무칠 수 있을까요?
나에겐 그런 땅이 조금 있습니다.
아픈 내 몸을 이끌고 낯설고 먼 그 땅에 발을 디딘 그 순간, 나는 마음이 아파옵니다.
처음 밟아 본 그 낯선 땅이 익숙한 이유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 누볐던 땅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 땅을 오늘 잠시 누비면서 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아픔을 들추면 그 사람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아픔을 들추면서 내 아픔도 함께 들춰집니다.
이 낯선 땅에서 나의 모든 것이 까발려진다 해도 나는 괜찮습니다.
이곳엔 나를 아는 꽃도, 나무도, 새도,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낯선 땅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입니다.
그 사람의 아픔이자 나의 아픔이 그 사람이 머물렀던 땅에서 고요히 잠들기를 바랐습니다.
낯선 땅이 그립고 사무쳐서 그 땅에 기어코 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땅은 내가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낯선 땅과 나의 만남은 그렇게 한 번으로 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