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8일
병원에서 조성해 놓은 궁궐 같은 정원을 걷는다. 조선시대 어느 연못 근처에 있을 법한 나무 정자를 볼 때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의 로맨스를 위해 그 자리를 비워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공으로 만든 냇가에는 물이 사시사철 끊임없이 흐른다. 그 냇가를 따라서 빙 둘러진 클로버들을 만난다.
당신이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당신이 있지 않는 곳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찰리 존스의 말이 와닿는다.
수면 아래 있는 클로버는 그렇게 또 詩가 된다.
<세잎 클로버>
물속에 잠긴 세잎클로버를 만났다
행복이 수면 아래 있기도 하구나, 어찌 사니?
행복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구나
내 물음에 세잎클로버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잘 살아가
숨이 막히고
춥고
자꾸만 흔들려도
너와 모습이 다르지 않잖아
수면 위의 너도
숨 막힐 때 있잖아
너도 춥고 외로울 때 있잖아
나는 물결에, 너는 바람에 흔들리잖아
네가 나를 바라봐줘서 행복하고
나는 너를 응원할 수 있어 행복해
이게 바로 내 이름, 행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