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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해지 Jan 31. 2024

[책리뷰#3] 배민 기획자의 일

배민 기획자들이 들려주는 일과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배민 기획자의 일

-엄유진 외 배민 기획자 7명-


배달의민족 기획서에는 못쓴 이야기



책 소개


강남 교보문고에 들렸다가 수많은 기획자를 위한 책들 중 '배민 기획자의 일'이 눈에 들어와 집어 들게 됐다. '네카라쿠배당토'에 떳떳하게 이름을 올린 유명한 플랫폼인 만큼 어떤 사람들이 기획하는지 궁금해서였으리라.

이 책은 배민 기획 프로세스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딱딱한 내용보다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서비스 기획자들이 배민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점들과 기획자들을 위한 꿀팁을 담은 에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책이 얇지는 않은데 내용이 술술 읽히는 편이라 교보문고에서 자리 잡고 2시간 반 만에 빠르게 읽었다.




읽으면 좋은 내용


1. PO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비슷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진화에는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이 더 중요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행복해지고 살아남는 건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정함의 힘을 믿는 나도 모두에게 편하고 도움이 되는 동료가 되고 싶었고 그러한 동료들이 옆에 먼저 있어주었다. 언제나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 속에서 서로 돕고 베풀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축복이다.
직접 경험해 보고 느껴보기 전까지는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많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면 종종 동일한 경험을 편견 없이 따라 해보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하고 대화의 흐름과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마음을 갖기는 어렵고, 가끔은 거짓으로 "이해한다" 또는 "동의한다"라는 말을 건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되뇌는데, 이 과정은 타인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를 위한 연습과정 중 일부가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똑같은 '프로젝트 성공 경험'에 대한 공통 자기소개서 질문에 어떤 지원자는 팀원은 부족했으나 본인이 잘했기에 성공했다 하고 어떤 지원자는 훌륭한 동료 덕분이라며 겸양의 표현을 사용한다. 당연히 후자에게 눈길이 간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여러 명의 배민 기획자의 업무(그리고 약간의 사생활) 에세이 모음집이다. 각자 기획자 커리어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을 나열해 뒀는데, 그중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은 협업과 대인관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수필 형식이라지만 대부분의 기획자들이 협업과 대인관계에 대해 글을 남긴 것을 보면 기획자라는 직무는 협업 스킬이 가장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보기에는 일터에서 사적 감정을 배제하고 동료를 공적으로만 대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일잘러 같겠지만, 실제로 동료들과 협업을 해보면 다정한 태도의 소통을 통한 라포 형성이 굉장히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1년 반 넘게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느낀 '일터에서 다정한 태도로 동료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료가 다정할수록 내 의견을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게 된다. 다정한 동료는 내 의견을 최대한 공감해 주려 노력하고,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준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정한 동료가 되어준다면, 주변인들이 나에게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테고, 이로서 나는 다양한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동료들과 건설적인 논의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둘째,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팀의 퍼포먼스가 향상된다. 이 의견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일터는 놀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경직된 분위기를 형성해야지만 구성원들이 규칙과 예의를 지킬 것이라고 한다. 필자도 사소한 실수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계나 군사계에서는 격려와 칭찬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과 문화 혁신의 최전선에서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IT 프로덕트 메이커 아닌가. 우아한형제들이 제시하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보면 배민 사내에서도 수평적 문화를 통해 일명 '꼽'을 주는 행위는 기피할 것을 권유한다. 창의력으로 승부 보겠다는 사람들이 의견 공유에 제한을 두고 동료의 의견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조건 기피해야 할 일이다. 틀을 깨는 아이디어는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동료와의 잡담 중 편견과 선입견의 궤도를 벗어나는 순간에 탄생한다.

출처: 배민다움 today


PO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비슷하다. 똑같은 바이올리니스트라도 어떤 연주자는 열정적 스타일의 연주를 하고 어떤 연주자는 서정적 스타일의 연주를 한다. 어떤 연주자는 오늘따라 몸 컨디션이 최악이라며 힘들어하고, 어떤 연주자는 오늘따라 연주가 잘된다며 즐거워한다. 이런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최고의 한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다. 단순히 연습량을 늘리거나 연주자들을 다그치는 것 만으로는 여러 연주자가 한 팀의 유기체가 되어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경지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다. 팀 내의 모든 인원들과 조금은 느슨한 분위기에서,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각자의 특성과 니즈를 파악해야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팀원들과의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기에 가장 편리하고도 강력한 무기는 “다정함”이다.




2. 기획은 지독한 짝사랑처럼 해야 한다

서비스를 살펴보다 보면 사용자를 향한 세심함과 애정이 느껴지는 기능이 있고,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네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어 놨어' 식의 어딘가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2% 부족해 보이는 기능들과도 마주하곤 한다.
좋은 기획은 삶의 행복한 기억, 감동의 순간들과 맞물려 있다. 그렇기에 기획자는 본질적으로 잘 감동받고, 남들을 잘 감동시키는 부류들이 아닌가 싶다.
내 업의 본질은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불편, 아픔에 공감하고 그것을 해결해 주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누군가의 삶의 태도, 인식, 방향이 전환되는 그 시작점을 위해 오늘도 고민을 이어가는 일, 그것이 기획자가 된 나의 일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나의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었다. 필자의 브런치 설명에도 적혀있듯이, 인간의 삶에는 늘 더 나은 방향이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직무가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중학생만 되더라도, 짝사랑을 한 번쯤은 해봤으리라 생각한다. 짝사랑에 푹 빠진 사람의 하루 일과 대부분은 짝사랑하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과 병행된다. 밥을 먹을 때면 그 사람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궁금해하고, 잠에 들 때면 그 사람은 지금쯤 잠에 들었으려나, 골똘히 생각한다. 상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이 되고, 상대의 관심사가 내 관심사가 된다. 적어도 내가 누군가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포부가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기획은 지독한 짝사랑처럼 해야 한다.



3. 기획자 커리어 TIP

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사용자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획자라면 본인이 기획한 서비스에 대해서 앞서 말한 회사의 가치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언제 어디서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가 돈을 버는데 본인이 기여하는 부분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력서는 두 장을 넘기지 말 것
-자기소개서가 있다면 세 장까지 (단, 구구절절한 장문 금지)
-맨 앞 장에는 '경력과 핵심역량을 요약'해서 간단하게 기입할 것
-뒷 장에는 '상세이력을 결과와 역할 중심'으로 한두 줄로 정리할 것
-이력관리는 프로젝트가 끝날 대마다 버전관리를 통해 업데이트해 둘 것
-늘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 둘 것
-재미있는 아이디어인데 목적과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한 경우
-평범한 과제인데 요점을 명확히 정리한 경우
-포트폴리오 자체적으로 구성이 깔끔하게 재미있게 정리된 경우
-프로젝트 목적과 목표가 명확한데 성과까지 간단하게 소개한 경우
-평범한 과제일지라도 데이터에 의한 판단이 함께 기입된 경우

많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면서 나름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하려던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도를 담아 진행한 것인지, 그 안에서 무슨 역할을 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중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과정을 어떻게 이끌었고, 결과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정리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지원자들이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는 어떤 산업에 있고 그에 대해 본인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자라면 본인이 어떤 산업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하고 내가 속한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책의 말미에 기획자 커리어에 대한 꿀팁이 많다. 포트폴리오나 이력서 구성법은 이해하기 쉽게 개괄식으로 작성해 주셔서 특히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포트폴리오도 사용자 경험(UX)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포트폴리오의 유저는 채용 담당자이다. 우리가 프로덕트를 만들 때 유저의 경험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만드는 것처럼 포트폴리오도 채용 담당자가 흥미로워할 랜딩페이지, 이탈할 것 같은 페이지 등을 고려해 만든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전체적인 리뷰

기획 방법론 책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가뭄에 단비 같은 한국 유명 스타트업 기획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에세이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배민 기획자들이 하는 인간적인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다. 책 내용이 무겁지 않으니 기획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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