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지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세 사람 있다.
유시민 작가와, 김영하 작가, 그리고 바로 우리 남편이다.
(유시민 작가와 김영하 작가와 더불어 나에게 최고의 지성인으로 뽑힌 우리 남편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할 거다.) (이건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예전에 유시민 작가와 김영하 작가가 Tv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두 사람에게 반한 것 같다.
나는 외모보다 남자의 지적인 부분에 끌리는데, 이 두 사람이 어떤 주제를 던져줘도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다.
이제까지는 그런 사람을 남편밖에 보지 못했는데 (내 전공 빼고는 나의 지적 수준이 매우 낮음을 알려드린다.)
아무튼 그 후로 이 세 사람이 나에게 가장 지적인 사람이 되었다.
김영하 작가의 새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6년 만이라고 한다.)
그의 신간이 출간되기 전에 예약을 걸어 놓았는데, 택배로 책이 도착한 후에 한참 동안 읽지 않고 있었다.
마치 맛있는 것을 제일 나중에 먹고 싶은 마음 같은 거랄까?
하지만 곧 참지 못하고 읽어버렸다. 이번 책은 김영하 작가의 개인적인 내용이 많아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기분이었다.
요즘 내가 관심 있는 것이 ’ 책과 쓰기‘이다 보니 책이나 쓰기와 관련된 북 토크나 강의에 많이 다니고 있다.
얼마 전 다녀온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김기태 작가는 본인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묻는 질문이 많다고 했다.
그가 답하길, 그는 소설 쓰기를 좋아해서 시작했고,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장기적인 취미로 시작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캠핑을 하고, 누군가는 홈베이킹을 하듯이 말이다. 그는 본인이 좋아해서 하는 취미가 보상과 인정을 바라지는 않지 않냐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쓰기를 시작했고 일주일에 한 번 쓰기 수업에도 다니고, 그러다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고, (신춘문예는 꼭 당선을 바라지 말고 때가 되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우체국과 친해질 때쯤 당선된다는 말이 있다고)
얼마 후에 책을 내자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고, (본인의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보통 아무 연락이 없기도 한다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김 작가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과 그것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 좀처럼 힘든 일인데 지금 본인은 운이 좋아 그 접점에 있는 거 같다고 했다. (나는 그게 꼭 운일까 생각했다. 보통은 실력이라고 하지.)
결론은 김기태 작가는 소설 쓰기를 좋아하고, 본인이 소설을 쓰면서 보상받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역시 작가는 다른가?)
김영하 작가는 어릴 적 한 번도 본인이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꿈꿔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저 책 읽기를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게 되었고, 자신이 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소설을 한 번 써 볼까 했고, 얼마 후에 작가가 되었다고 했다.
김기태 작가도 그렇고 김영하 작가도 그렇고, 두 분 다 쓰기를 좋아하고, 쓰는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그냥 앉아서 쓰기만 하면 되어서 시작했다고 한다.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문득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달리 두 분 모두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었다고.
흔히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떻게 중요하지 않나?
나는 뭔 길을 돌아 오십이 넘어, 이제 내 길을 찾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제라도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그렇다고 뭐 대단한 작가가 되리라고 꿈꾸지는 않는다.
앞에 두 작가가 그런 것처럼, 나도 그냥 책과 쓰기를 좋아하니 계속해보려고 한다. 1~2년쯤 해보고 나면 또 그때 길이 보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누군가는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다고 한다.
나는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