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좀 더 빨리 걷거나 아예 러닝을 하면 운동이 될 텐데. 나는 그렇게 숨차게 하는 운동 말고, 천천히 걷는 산책이 좋다.
산책은 주로 동네 한 바퀴 돌기를 하는데, 우리 동네는 뒤에 아차산을 끼고 있고, 앞에는 어린이 대공원이 있어 산책하기 정말 좋다. 매일 걸어도 질리지 않고, 또 매번 다른 코스로 걸을 수 있으니 이런 점도 좋다.
누구는 산이 가까이 있어 매일 가면 좋겠다 하는데, 산에 가기도 하지만, 나는 숨찬 것을 싫어해서, 아차산 둘레길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좀 더 젊었을 30. 40대에는 운동을 많이 했었다. 그때 아쉬탕가 요가를 거의 10년 가까이했었는데 ’ 시르샤사나‘라고 하는 물구 나무 서기 자세까지 가능했었다.
요가는 운동이 아니라 마음 수련이라고 하는데, 나는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어려운 자세를 몸을 움직여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마침내 고난도 동작이 가능해질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오고 요가를 할 수 없어지자, 처음에는 몸이 너무 근질거리고 했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사라지고, 나중에는 운동 자체가 싫어졌다.
코로나가 풀리고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도, 나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나고, 요즘 하는 것이 바로 산책이다.
산책이 운동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매일 8천 보씩은 걸으니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산책하면서 얻는 이점이 많으니 나로서는 안 할 이유가 없다.
산책은 가끔은 남편이랑도 하지만, 주로 낮에 혼자 많이 하는 편인데, 걷다가 옆 동네에 가게 되면, 걷지 않았으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작고 예쁜 카페를 발견하기도 하고, 맛있는 빵집을 찾기도 하고, (나는 완전 빵순이다) 우리 동네에는 없었던 물건들을 세일하는 마트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면 걸음을 멈추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맛있어 보이는 빵들을 사고, 새로운 마트에서 장도 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 걸으면서 전에 잘 풀리지 않았던 문장들을 곱씹어 보다 보면 문득 풀리게 될 때가 있기도 하고, 쓰기의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기도 한다.
산책이 정확히 무엇인지 네이버에 한번 찾아보니 산책이란, 야외로 나가 천천히 거니는 일,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운동 중 하나라고 한다.
문득 요즘에 와서 내가 산책을 좋아하고 즐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니, 확실히 전보다는 좀 여유가 생겨서 이지 않을까 싶다.
세상 사는 일이 억지로 되는 일이 없고, 또 바란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젊을 때는 이런 것을 모르기도 했고, 또는 알면서도 마음이 비워지지 않았다.
물론 나는 아직 젊고, 세상만사를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이제는, 조급해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법은 알게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