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란 신이 나 신령, 고인의 넋에게 제물을 봉하는 의식을 말한다. 고대 종교의 신전 제의, 가톨릭의 미사 등도 일컫는 폭넓은 개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조상의 제사의 의미로 쓰인다.
나도 일 년의 한번 시아버지 제사를 지낸다. 보통은 전주에 장을 봐놓고 제삿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저녁에 해가 진 다음에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져서 보통 9시 정도에 제사를 지낸다.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길어야 15~20분 정도이다.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위해 전주부터 장을 보고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인 것이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게다가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은 가족들이 제사 음식을 잘 먹지도 않는다. 아무도 한 번도 손을 대지 않는 음식도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든 생각은 혹시 내가 솜씨가 없어서인가? ) 그래서 이런 비생산적인 일을 꼭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이런 생각들을 꿰뚫은 사람이 있다. 그녀(소설 속 이름 시선)는 이런 여자들의 수고를 없애고자 자신의 사후에 자식들에게 자신의 제사를 지내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긴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지 10년 되는 해 큰딸 명혜는 가족들에게 엄마의 10주기 제사를 하와이에서 지내겠다고 통보를 한다. 그러면서 딸, 아들,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들까지 가족들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가족들은 다 같이 하와이로 떠난다.
그들이 제사를 지내는 방식은 좀 독특한데 일반적인 제사가 아닌 제삿날 각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제사에 올리기로 하는 것이다. 가족들은 같이 하와이에 머물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투어를 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 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것을 가지고 다 같이 모인다. 큰딸 명혜는 하와이에 머물면서 며칠 동안 훌라춤을 배우는데 춤을 배우면서 하와이의 역사 이야기를 듣고 엄마가 머물렀을 당시 하와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하와이의 정신과 엄마를 생각하며 가족들 앞에서 훌라춤을 춘다. 남편 태호는 현지 지인이 추천한 말라사다 도넛을 올린다. 이 도넛은 따뜻할 때 먹어야 한다고 해서 도넛을 사서 어떤 방법으로 숙소에 오는 곳이 제일 빠른지 연구해서 공수해 온 도넛이다. 둘째 딸 명은은 혼자 빅아일랜드 칼데라를 걷던 중 만난 식물학자가 선물로 준 오히아 레후아 꽃을 올린다. 아들 명준은 호놀룰루 미술관에서 해양쓰레기로 직접 만든 재생 플라스틱 블록을 올리고 막내 경아는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커피를 찾아 온갖 원두를 가지고 시음하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커피를 발견하고 코나 원두커피를 올린다. 큰 손녀 화수는 최근에 직장에서 염산 사고를 당해 얼굴을 다치고 유산을 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녀는 하와이에서 계속 잠만 자다 우연히 찾은 팬케이크 가게에서 팬케이크 장인을 만나고 이것을 제사에 올리기로 한다. 지수는 하와이에서 만난 다이빙 강사 체이스와 함께 무지개를 찾아 나서고 작지만 멋진 무지개를 찾아 찍은 사진을 올린다. 명준 딸 우윤은 어릴 적에 많이 아파서 병원 생활을 오래 했다. 체력이 좋지 않은 우윤은 하와이에서 첫날 배운 서핑에 마음을 뺏기고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서핑을 배운다. 서핑을 배우면서 보드 위에 서기까지 계속 실패를 하지만 우윤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성공하고 보드 위에 섰을 때의 파도의 거품을 제사에 가져간다. 여행의 마지막 날 제삿날이 다가오고 그들은 각자가 가져온 것들을 테이블에 올리고 그들만의 방식대로 제사를 지낸다.
그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각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사상에 올린다는 점이 얼마나 멋진지. 결국 제사라는 형식은 고인을 기리는 의식인데 모두가 함께 모여 한 명씩 고인과의 추억들을 꺼내 보면서 각자가 그녀를 그리워하는 포인트는 다 다르지만 다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 진정한 제사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