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싶다.

by 재인

올 한 해는 우리 아이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힘든 한 해이다. 고3이 된 아들에게 크게 해 줄 것이 없어 마음만은 너와 함께한다는 나만의 생각으로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한 가지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계절마다 크고 작은 여행을 다녔고 일 년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야 하는 해외여행도 다니곤 했다. 학원 일은 길게 휴가를 낼 수 없는 까닭에 미국이나 유럽 등은 가보지 못했지만, 가까운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 쪽은 많이 다녀본 것 같다.

누구나 그럴 것인데 여행은 하는 것보다 가기 전에 이번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까, 하고 여행지를 고르는 일과 여행지에 맞게 일정을 짜는 일, 그리고 짐을 싸는 일이 제일 신나는 것 같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짐을 챙기며 새로운 쇼핑도 하고 여행 일정을 짜면서 이곳은 꼭 가 봐야지, 여기서는 이런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시간은 너무나 즐겁다.

여행 첫날이 되면 대부분 새벽에 출발하곤 했는데 잠을 설치고 새벽에 깼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은 날이다. 전날 입으려고 챙겨 놓은 옷을 입고 이른 시각에 공항에 도착하면 아직 비행기를 타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공항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으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다.


하지만 기다리다 지칠 때쯤 비행기에 탑승하고 몇 시간이 걸려 마침내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면 벌써 피곤이 몰려온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현지의 날씨가 나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는 더욱 그렇다.

3월에 홍콩에 갔을 때의 일이다. 분명 3월 홍콩의 날씨는 초여름이라고 했다. 여행사에서도 그랬고 내가 찾아본 SNS에서도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 보였다. 그래서 반소매의 티셔츠와 가벼운 점퍼 정도의 옷들을 챙겨갔다. 근데 홍콩 첵랍콕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바깥 날씨는 진눈깨비가 내리는 스산한 날씨였다. 공항에서 만난 가이드는 어제부터 갑자기 꽃샘추위가 찾아와 현지 사람들도 다시 겨울옷을 꺼내 입었다고, 옷차림 단단히 하시라고 했다. 나는 그래도 3일 내내 춥기야 하겠어, 생각하고 애써 담담했는데 정말 3일 내내 쌀쌀하고 궂은 날씨가 계속 이어져 얇은 봄옷을 입고 다니며 달달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또 추억으로 남아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았다. 이제 언제쯤 다시 여행할 수 있을까? 다시 가게 될 여행지는 어디로 하면 좋을까? 노을 지는 바닷가가 아름다운 따뜻한 나라 발리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눈이 아이 키만큼 내려 도로 한쪽이 눈으로 가득한 삿포로에 다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정말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도 많이 긴장하고 있겠지만 지켜보는 나는 초긴장 모드다.

하루빨리 수능이 잘 마무리되어서 다음 여행은 우리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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