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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옥 힐링 콘서트

by 재인

아침부터 카톡이 난리다. 아침부터 이렇게 카톡 보낼 사람은 미놀팀 밖에 없다. 미놀팀은 우리 아이 7세 때 유치원에서 만난 엄마들과 만든 모임이다. 당시 유치원 미예뜰 이름을 따서 미예뜰 놀자를 줄여서 만들었다. 그러니까 아이들 유치원 때부터 만나 벌써 12년째이다.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때는 10명 남짓 인원이었는데 대부분 이사 가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면서 남은 인원은 나 포함 4명이다. 이렇게 남은 우리 4명은 아이 학부모로 만나 지금까지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모두 첫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서로 통하는 게 많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는 주말마다 아이들 데리고 놀러 다니고 다양한 체험 학습 수업도 같이 하고 방학에는 1박 2일 여행도 참 많이 다녔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니 아이들은 서로 연락도 안 하고 서먹서먹해졌다. 하지만 우리 엄마들은 그 후로 더 가까워지게 된 거 같다. 그동안은 아이들 위주로 만났다면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고 난 후에는 우리 엄마들끼리 모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거 같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의 생일을 챙기고 여행도 같이 다니고 있다.

암튼 아침부터 난리 난 카톡을 보니 우리 동네 세종대에서 김창옥 힐링 콘서트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일단 신청해 보라는 내용이다. 그래서 일단 신청을 해 놓고 분주한 아침을 지나고 보니 김창옥 힐링 콘서트에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우리 미놀팀에서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나랑 남주언니인데 둘 다 당첨 문자를 받았다. 김창옥 콘서트는 예전부터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오다니. 오늘 운이 좋은 듯하다.


김창옥 힐링 콘서트 당일, 언니랑 만나서 같이 세종대에 갔다. 콘서트 전에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을 한단다. 사회자랑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해서 이긴 사람에겐 별다방 쿠폰을 준단다. 이게 뭐라고. 하지만 엄마들은 참 열심이다. 최종 5명이 남았다. (난 일찍 감이 떨어졌다. ㅎ) 5명을 무대에 올라오라고 하더니 갑자기 댄스 타임을 한다고 한다. 엄마들은 조금 당황한 거 같았는데 막상 음악이 나오자 돌변하듯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제는 내가 당황이 되었다. 아니 너무 놀랐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이,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재밌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김창옥 샘이 나오셨다. 엄마들의 아이돌인 김창옥 샘의 실물 영접이다. 여기저기서 사진 찍고 난리다. 나도 얼른 한 장 찍고 나니 샘이 이렇게 말한다. 이제 말해도 되나요?라고. 여기서부터 빵 터지기 시작했다.

오늘 주제는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지, 어떤 여자가 좋은 여자인지이다. 우선 좋은 남자는 모국어가 좋은 남자라고 한다. 여기서 모국어란 남자 집안 부모인 엄마, 아빠가 쓰는 언어라고 한다. 나는 결혼할 때 시아버지가 안 계셔서 잘 모르겠고 시어머니는 글쎄... 하지만 우리 남편은 내가 보기에 모국어가 좋은 편이다. 지금껏 결혼 생활하면서 결혼 초에 다툼은 있었지만 남편이 큰 소리 내거나 욕하고 한 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항상 다정한 편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에 비해 늘 평온한 편이어서 주위에선 남편을 선비 같다 고 한다. 두 번째 좋은 여자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는 물론 예쁜 여자이지만, 말을 예쁘게 하는 여자라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나는 어떻게 말을 하는지. 결론은 아니라는 거다. 난 성격이 급하고 일단 내지르고 보는 편이라 말을 예쁘게 할 수가 없다. 남편은 아이에게 가끔 공부가 아닌, 말을 예쁘게 하라고 잔소리를 하곤 한다. 우리 아들은 사춘기라고 하긴 하지만 말을 툭툭 내뱉고 간혹 욕도 섞어 있고 우리가 물어보면 대답이 귀찮은 듯 퉁명스럽게 말한다. 누굴 닮았나 했더니 바로 나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도 있는데 나도 이제 내 말투를 좀 부드럽게 바꿔보려고 노력해야겠다.

강의를 듣는 내내 이렇게 눈물 나도록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정말 배꼽 빠지게 웃어본 적 말이다. 누구 엄마도, 며느리도, 딸도 아닌 오로지 나로, 나에게 집중해서 얘길 듣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이 풀리고 가슴이 충만하게 차오르고 있었다. 힐링이었다. 정말 힐링 콘서트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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