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by 의미

1979년 Beeman은 핼러윈 거울 실험을 실시했다. 핼러윈에 아이들 363명에게 사탕 한 개만 가져가도록 지시한 후, 더 가져가는 아이의 수가 거울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를 알아본 실험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지시를 위반하고 사탕을 한 개보다 더 가져가는 아이 수는 거울이 있을 때 더 낮았다. 거울을 본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지시를 어기기 어려웠다.


길을 걷다 보면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다면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향수를 뿌리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목소리를 다르게 내는 등 시각, 후각, 청각 다양한 감각 면에서 자신이 어떻게 여겨질지 고민한다. 나아가 감각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 행동을 토대로 내 성격과 신념이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도 생각한다. 이때 봐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오늘 만날 불특정 다수 사람이거나, 내 지인들이다. 내 모습을 생각한다는 건 나는 봐주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나의 자아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와 연관될 때가 많다.


‘여자친구, 남자친구에게는 매력 있는 연인으로 보이고 싶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친구들에게는 재밌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우리는 사람마다 보이고 싶은 인간상이 달라진다. 내가 되고 싶은 ‘나’가 나를 봐주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내가 속한 집단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오늘날 핸드폰에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고, SNS로 여러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의 자아상이 방해받거나 좌절될 일도 많아졌다. 퇴근하고 집에서 남편, 아내와 놀고 있는데 직장 상사에게 연락이 온다. 10년 지기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어제 처음 알게 된 친구가 SNS로 연락한다. 내가 지금 되고 싶은 자아상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달라지는데, 언제나 나는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내가 되고 싶은 자아상이 깨지는 미세한 고통을 가랑비에 옷 젖듯 받고 있다.


고통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사람마다 연결되는 통로를 구별한다. 업무용 핸드폰과 일상 핸드폰을 따로 마련하고, 정말 친한 사람과 지인을 구분하는 SNS 계정을 따로 만든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고용주가 퇴근 후 직원에게 연락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내놓고, 프랑스에서는 이미 직원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시간 외에 연락하지 않을 권리를 놓고 노사가 협상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연결될 통로를 분리하는 방법이, 내가 되고 싶은 다양한 자아상이 자주 좌절되는 고통을 방지할 것이다.


둘째로, 나에게 고정된 모습이란 없다고 믿는 것이다. 지금 내가 애인과 놀고 있다고 직장에서도 내가 애인으로서 존재하지는 않는다. 언제든지 내가 쓰고 싶은 가면은 바뀔 수 있다. 지금 만나는 사람에 맞춘 내 자아상이 진짜라고 믿는다면 또 다른 사람과 만나는 상황에서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 어느 사람을 만나도, 그 어느 모습을 가지더라도, 그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고 믿는다. 언제나 바뀔 수 있는 내 자신을 염두에 두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게 고통을 줄일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자아상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다양한 자아를 실현할 시간과 공간을 보장하거나, 내 자아는 변하기 쉽다고 믿거나.


나는 사회와 개인 차원에서 자아가 쉽게 변한다는 사실을 더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마치 몇 년간 이 직업을 위해 살았다는 말을 원하는 자기소개서나, ‘너는 선천적으로 이런 성격이야’라고 말하는 심리검사나, 나는 항상 마음 한편에 의심을 가지고 대한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 자신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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