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의 풍선

포기의 용기

by 진민

어릴 때 놀이동산에 가면 캐릭터 헬륨풍선이 참 많다. 어린 나이의 나는 절대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 꼭 손에 쥐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 캐릭터를 엄청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저 손에 풍선을 들고 다니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풍선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흐물 해져서 풍선의 역할을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 정말 재미있게 놀다가 풍선의 역할을 못하게 될 때에는 쓰레기 통으로 향하게 된다.



이 풍선은 분명 어느 순간에는 쓰레기 통으로 향하게 되어 한순간의 기억으로 남아버릴 것이다. 하지만 놀이동산을 다니다가 그 풍선을 놓아버린다면 그때의 아이의 울음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풍선을 사줘서 울음이 그치는 아이라면 오히려 다행일 것이다. 수실 그때 풍선을 놓아버린다면 풍선이 쓰레기 통으로 가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물론 풍선이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순간은 이미 풍선에 대한 흥미가 다 떨어진 순간이기에 별로 슬프지 않겠지만 풍선의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풍선 입장에서는 헬륨이 가득 찬 상태에서 상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싶을 것이다.



분명 놓아야 할 타이밍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나를 붙잡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쉬움인지 두려움인지 모르는 감정이 이 풍선을 꼭 붙잡고 있다. 이걸 미련이라고 하는 것 같다. 놓아야 하는데 미련이라는 감정이 자꾸 손에 힘을 준다. 내가 한 발짝 다가가면 두 발짝 멀이 질 것 상대이지만 나는 왜 자꾸 미련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좋은 사람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내가 그만큼 최악의 상황이라는 뜻인지 둘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홀덤을 봐도 올인을 하는 사람보다 대단해 보이는 사람은 좋은 패를 가지고 폴드를 하는 사람이다. 분명 내가 가진 패가 정말 좋고 이 패로 돈을 못 딴다면 아쉬움이 가득 차겠지만 그 상황에서 상대방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나의 패를 포기한다. 많은것을 가지고 있을때 그것을 놓을 줄 아는 용기, 그것이 홀덤에서 결국 승리하게 되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어떤 선택이 나의 미래에 결국 도움이 될 것임은 나도 물론이고 나의 주변 사람들도 알고 있다. 정답이 보이는 문제이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 이 미련의 풍선을 놓아버릴 용기가 없는 것 같다. 놓아도 후회 잡아도 후회인 상황에서 영원한 후회를 느끼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이 풍선은 점점 공기를 잃어간다. 나의 손가락도 점점 힘이 풀려간다. 한두 손가락 정도로 붙잡고 있을 때 미련이라는 감정이 손가락에 힘을 불어넣어 준다. 나는 다시 또 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는 후회와 함께 풍선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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