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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Dec 11. 2023

집콕 주부 나에게도 행운이란 녀석이 찾아올까?

내 점괴를 내가 말하다.

  "야~~ 거기 엄청 용하대. 글쎄 전화로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나한테는 15만 원 복비 준비하래. 리아한테는 12만 원 준비하라고 했거든."

   "복비가 왜 달라요? 복비가 기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거예요?"

   "아니지. 목소리만 듣고 4인 가족인지, 3인 가족인지를 알아맞히고 그러는 거지. 이제 갓 신내림 받았다더니... 너무 용하지 않냐? 지난번에 선희가 가서 상담받고 왔는데...."


  가끔 가는 공방에서 회원들이 모여 이제 갓 신내림을 받은 점술가의 용한 점술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호들갑을 떨며, 용하다는 말에 솔깃하여 나도 번호 좀 달라고 했을 것이다. 내 운과 내 남편에게 있을 운을 믿었고, 그 행운이 한두 달 뒤의 새해에는 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기 때문이다. 내 답답한 인생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고, 이 은행에게 월세 내는 생활을 언제쯤이면 청산하게 될지도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 때 탤런트 정호근 씨가 나오는 유튜브 방송에 빠져 있었다. 연기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유명인들의 점괴를 봐주는 모습이 담긴 방송이었다. 너무도 신기하기만 하고, 게스트로 오는 사람들 역시 너무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자, 나도 예약을 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일을 미리 막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언제쯤 나의 일이 풀릴까, 내 남편의 일이 풀릴까 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초에도 2023년의 운세를 보기 위해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갔다. 보통은 역술가의 신년 운세를 보았지만 올해는 신을 모시고 있다는 점집을 찾아가 본 것이다. 역술로 풀이된 사주팔자를 암만 들어도 크게 풀리지 않는 것 같은 한 해 한 해가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생활은 크게 나아지는 게 없었다. 좋게 말하면 평안했고, 나쁘게 말하면 별 볼 일 없는 한 해였다는 것이다. 크게 기뻐할 행운도 없었고, 크게 절망할 사고도 없었다는 뜻이다. 

    욕심이라는 것이 이토록 사람 눈을 멀게 한다. 크게 기뻐할 행운이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크게 절망한 사고도 없음에 감사해야 하는데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음에 더 초점을 맞추고 내 한 해를 평가하고 있다. 대운이 들어오는지, 사업은 어느 정도로 잘 될지, 시험운은 있는지 등등의 도파민 분비될 사건만 묻게 된다. 참 탐욕스러운 존재가 바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운이라고 부르는 것, 기회라고 칭하는 것, 행운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내가 뭔가를 하고 있을 때에나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행운이라는 녀석이 내게 찾아올 리가 있겠는가? 하물며 경품 당첨이라는 행운을 얻기 위해서도 응모권 행사에 참여해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운칠기삼의 인생이라고 하지만 운이 찾아오려고 해도 뭔가 끄나풀이 있어야 그 끄나풀 끝에 붙어서라도 올 텐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운칠기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행운이라는 것, 대운이라고 하는 것이 일어날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아무리 용하다는 점술가도 내 인생에 대해 말해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인생에 행운을 주는 것, 내 인생에 대운을 가져다주는 것은 결국 내가 내 인생에 기회를 줘야 가능할 일 같다. 내가 내 인생에 기회를 준다는 것이 무엇일까? 먼저는 내가 나를 인정하고 배우도록 독려해 주는 것이다. 배워야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배움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는 것이다. 시간과 함께 노력을 말이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주부에게 나 자신을 위한 배움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가 쉽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것 자체가 내게 인생의 기회를 다시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미경 강사님의 해석에 따르면 아직 40대는 갓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는 시간대라고 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40대이지만, 한 때 우울증이라는 증상을 겪어도 본 40대이지만 난 아직도 내게 희망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난 너에게 아직 기대를 가지고 있어. 너에게도 가슴 뛸 뜻 기쁜 일이 생길 것이고, 네가 하는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날이 반드시 올 거야. 그러기 위해서 매일 하루를 그냥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배움을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배우는 게 게으르지도 말아."라고 말이다.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기회는 결국 사람을 통해서 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40대, 오랜 경단녀들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길거리를 가다 모르는 사람에게 가끔 말을 거는 나를 보고 '이젠 진짜 부끄러움도 모르는 아줌마인가 보다.' 하면서도 막상 사람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인간관계에 대해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는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이 피곤하게도 하지만 또한 사람이 주는 따뜻함과 신선함이 있지 않은가?

    내게 기회를 준다는 것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내게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다. 나의 집과 같은 외벌이(한 때 맞벌이였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서 외벌이와 다를 것은 없었다.)의 경우에 남편이 버는 돈의 일부분은 생활비로 쓰고, 아이들의 교육비, 대출 이자, 그리고 보험료 및 경조사비, 부모님 용돈을 계산하다 보면 늘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저축조차 어려운 것이 아닐까를 걱정하며 지내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내게 쓸 돈이 있기나 하겠는가? 그렇다 보면 배움에 대한 성장이 없다. 하지만 단돈 10만 원이라도 내게 투자해야 한다. 내 배움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내게 투자해야만 한다. 내 배움이 성장해야 내 실력이 성장하고, 그리고 내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돈을 나눠보아도 내게 쓸 돈이 부족하다면, 도서관이라도 매일 가야 한다. 독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율을 얻는 행동이다. 그런 독서를 도서관에 가면 공짜로 할 수 있지 않은가? 나의 경우에도 도서관을 참 애용한다. 가장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책을 읽은 것에 비해 효과라고 하는 것이 나오지는 않았고, 내게 기회라고 부를만한 것이 오지 않았지만 들인 돈이 아주 적으니 괜찮다. 다만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도서관을 다니며 독서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것이 내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집콕 주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고, 사람을 만날 기회조차 많지 않은 나에게도 대운이 오길 바란다. 그런 내게도 행운이라는 것이 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갓 신내림을 받은 점술가를 찾는 대신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내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나를 고민해 본다. 그리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해 본다. 가만히 있으면 한 곳에만 머무르고, 한 곳 밖에는 보지 못한다. 하지만 움직이다 보면 여러 땅을 밟게 되고, 여러 곳을 볼 수 있게 되는 법이다. 오늘도 나처럼 집콕하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 번쯤은 내게도 행운을 바라는 경단녀들이 있다면 내게 기회를 주는 하루, 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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