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동화 <오늘부터 배프! 베프!>를 읽고 서평.

나의 베프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by 골드가든

나이가 먹을수록 베프가 누구일까? 에 대한 질문에 주저하게 된다. 기준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주 몇 회를 만나는지, 내 마음은 어디까지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인지, 상대 친구의 말에 어느 정도 시기심을 느끼지 않고 내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거나, 위로해 줄 수 있는지... 등등등. 이런저런 식으로 기준을 정하다 보니 베프라고 부를만한 친구가 몇 명이 되지 않는다. 어른은 이러한데, 어린 시절 나는 어땠던가?

내겐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한 명 있다. 어느 날 이 아이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아이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우리 반에서? 음... 나는 여자 친구들하고는 다 친한데. 굳이 베프를 말하라고 하면... 5~6명?”

“5~6명이나? 누구누구야? 베프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음... 내가 그 아이들을 내 베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그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 아이들도 날 좋아하고, 일단 서로의 간식을 챙겨주는 것을 좋아해.”

서로의 간식을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이가 베프의 기준이 되었다니...

<오늘부터 배프! 베프!> 라는 책에서 나는 초등학생인 우리 딸과 같은 시선을 느끼게 되었다. 주인공인 서진이는 유림이란 친구를 매우 좋아한다. 늘 자신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유림이기 때문이다. 유림이의 엄마까지 서진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준다. 따끈한 떡볶이를 얻어먹어서가 아니다. 마음으로 진심으로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유림이와 유림이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로만 “아유, 매일 얻어먹어서 어떡해요?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아요?”라고 말하는 엄마와는 다르게 직접 신세를 갚으려고 한다. 서진이에게 생긴 하트 뿅뿅 카드를 가지고 말이다. 늘 얻어먹던 신세였다가 드디어 자신의 카드로 유림이에게 분식을 쏟다고 하니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쁜 서진이었다. 하지만 서진이의 마음만큼 카드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카드는 급식 카드였기 때문이다. 급식 카드는 사용 제한이 꽤 많은 카드였다. 일단 급식 카드를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살 수 있는 품목도 식사가 될만한 것으로만 제한이 되어 있었다. 금액 및 횟수 제한도 있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준 카드가 분명한데 사용하면서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서진이는 이 카드로 유림이 엄마 생일 선물을 샀다. 참치 통조림 1개! 비록 유림이에게 떡볶이는 사주지 못했지만 유림 엄마에게 선물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만 유림 엄마는 서진이가 먹을 저녁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선물을 한 게 미안하고 안쓰러워 선물을 돌려보냈다. 그 마음을 알리 없는 서진이는 급식 카드로 산 선물이라 거절당했다고 생각하여 당황한 나머지 참치 통조림을 떨어트린다. 찌그러진 통조림은 환불도 되지 않아 더 속상한 서진이 앞에 소리라는 친구가 나타난다. 김소리 역시 급식 카드를 이용해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아이이다. 일찍 철이 든 김소리는 서진이에게 급식 사용 방법 및 사용처를 자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은 같이 밥을 먹는 배프가 된다. 김소리는 공원에서 그의 밥을 나눠먹는 배프인 길양이 소망이를 서진이에게 소개해준다. 참치 통조림은 그렇게 배프가 된 셋이서 나눠먹게 된다. 그렇게 소리와도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유림 엄마 생신 선물 건으로 살짝 오해가 생겼지만 유림이는 여전히 서진이를 챙기며 자신의 마음을 보인다. 그리고 서진이 역시 유림이에게 급카를 이용해서 한 턱을 쏘게 된다. 편의점에서 산 떡볶이와 딸기 우유로! 부쩍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서진이에게 유림이는 놀라고, 그 편의점에서 소리와도 함께 음식을 먹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배고플 때 같이 밥 먹는 친구인 배프! 그리고 진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베프!가 된다.

이 책의 시선은 참으로 따뜻하다. 사회적 약자라고 낙인 할 수 있는 급카를 매게로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무엇보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급카를 받아들이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아파트 평수로, 혹은 어느 동네에서 사느냐로, 부모의 직업으로 친구를 나누는 이야기가 들리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베프를 나누는 기준이 어른이 세워준 기준, 사회적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마음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줘서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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