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육아.

사춘기 초입의 아이와의 관계 실패, 그리고 반성.

by 골드가든

난 내 육아를 실패한 것 같다.


한 때는 내 육아가 옳다고도 생각했다. 육아서를 많이 읽어 내 나름의 육아 철학이 생겨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녀 교육서도 제법 읽어서 아이 교육도 자기 주도적으로 시키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내 육아의 중심축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 아이들이 굉장히 똑똑한 아이들이 아니기에 속도가 늦을 뿐이라고만 여겼다. 그렇게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공부는 고등학교 때 그 진가를 내면 되는 거라고, 지금 영재교실 못 들어가는 것, 영재원 못 들어가는 것 따위는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러면서 영재원에 척척 붙는 아이를 둔 엄마들을 부러워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는 음흉한 엄마였던 것이다. 참 괜찮지 않은 엄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내 가정에서 내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과의 관계였다. 딸아이에게 잔소리가 심해졌다. 잔소리의 시작은 단연코 학습 태도 부분이었다. 아이는 집중을 못하는 성향의 아이였다. 책상에는 앉아있으나 늘 딴짓을 하는 아이.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한 잔소리가 있었다. 그 잔소리는 학습을 넘어 다른 부분으로까지 번져갔다. 그리고 말투는 아침부터 잠자기 전까지 늘 날이 서있는 날카롭고 명령조의 말투이다. 아이는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는 묘한 재주가 생겼다. 그리고 때론 내게 나와 비슷한 모양새로 말을 했다.

점점 아이는 쓰레기를 책상에 쌓아놓고, 옷을 널부러 놓고, 침대에 이불을 뭉개인채 모아놓고, 가는 곳마다 지저분한 흔적들을 남겼다. 깔끔하다기보다는 지저분한 걸 싫어하는 나는 그런 행동에 화를 내며 부딪히기 시작했다. 잔소리와 협박을 했다.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혼내기 시작했다. 아이의 습관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나 또한 이런 모습에 화가 나고 잔소리하고, 지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멍하게 있는 시간도 많고, 자기 시간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는 아이가 답답하다. 아이도 자기가 깨우치도록 시간을 줘야 하는데, 난 그 시간이 아까워 또 듣지 않을 조언을 해댄다. 조언이 아니라 잔소리이고, 야단으로 들릴 뿐일 텐데 말이다.

난 점점 내 아이가 미워지기 시작했고, 내 아이도 나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관계가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놓고 싶어졌다. 이 아이가 미래에 잘 되기를 바라서 했던 공부 욕심에서 시작한 잔소리가 시발점이 되었고, 그것이 생활 태도로 넘어갔으며 그게 결국에는 악담으로 넘어갔다.

"생활 태도가 이렇게 엉망인데 무슨 공부는 공부야. 공부를 잘한다는 게 이상하지. 생활이 이 모양이데 잘도 하겠다. 안에서 세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센다더라."

이 험한 말들에 더 험한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 말을 듣는 아이는 의외로 표정 변화 없이 듣는다. 그게 얄미워서 더 거친 말들을 내뱉는다. 이렇게 나는 못된 사람이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이렇게 죽을 듯싶은데... 그 죽이는 말을 듣고 있는 아이의 마음은 어떠할까?

난 내 아이와 내 관계를 끊었고, 내 아이를 죽이고 있다. 그리고 나를 죽이고 있다는 걸 안다. 아는데, 지식으로는 알겠는데... 내 마음이 그 아이를 무척이나 미워하고 있다. 난 그럼 어떤 아이를 원하기에 이랬나?

솔직히 난 내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내가 한 마디 하면 그것을 지키는 편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자고 하면 그렇게 하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애쓰지 않는 엄마이고 싶은 욕심인 것이다. 난 내게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난 완벽한 아이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난 로봇 아이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알아서 커주는 아이. 관계에 신경 안 써도 되는 아이. 성과만 내주면 되는 아이! 육아는 아이와 내 관계에서부터 시작됨을 간과했다. 나와 내 아이가 친해지고,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됨을 간과했다. 이제야 이것을 놓쳤음을 안다.

아무리 책을 읽히고, 글쓰기를 가르치고, 영어 학원을 보내고, 수학을 잘하게 만들든 , 관계가 무너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관계가 좋지 않으면 그 성과도 기대할 수 없음을 안다. 그런 의미에서 난 내 육아를 실패했다.

내 아이는 날 싫어하고, 나 역시 내 아이가 밉다.


하지만...

이걸 이대로 내버려 두고 싶지는 않다.

남들이랑 이런 관계에 치닿았으면 끝내면 그만이지만 내 자식, 내 가족 아니던가! 차라리 남편이라면 이혼이라도 하겠다. 그런데 아직 어린 내 아이가 아니겠는가! 힘들다. 힘들다. 그런데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내 마음을 위로하면서 내 마음에서 그 아이에 대한 미움을 먼저 내려놓자. 사랑으로 채워서 그 아이의 마음에 들어가 보자. 그리고 그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자.

지금 내가 할 일은 이것이다.

내 실패한 육아를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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