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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an 15. 2023

이게.. 정상입니까?

  내 큰 아이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아이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공부 머리가 보통인 아이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물론이고, 학원 테스트에서 뛰어난 결과를  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학부모인 내가 듣는 말은, "어머니~~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이제부터라도  기초 반에서 차근차근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요."였다.

   참 슬펐다. 그리고 여전히 난 슬프다. 남편은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고,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똘똘하다고 칭찬받고 자랐다. 나의 경우에는 사교육 없이 경기도권에서 이름 있는 대학을 들어갔으니 명문대는 아니었지만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데 내 아이는 평균이거나 어느 것은 평균 이하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고, 자기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려고도 하나 아이의 성적은 늘 거기에서 거기이다. 최근에는 딸아이의 문해력이 문제인가 싶어 문해력 테스트를 했다. 또래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책을 읽지 않은 아이라면 충격이라도 안 받을 텐데, 딸은 일주일에 두 권 정도의 책을 읽는 아이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한다.

    아이는 학습과 관련해서는 영어 학원이 전부이다. 다니고 있는 영어 학원에서도  큰 칭찬, 시원하게 뻥 뚫리는 칭찬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다.  그만그만하다고 이야기한다. 성실함에 대해 칭찬을 받기는 하지만 성과가 더디 나오는 아이이다. 같은 시간, 같은 노력을 해도 효율성이 낮은 아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아이의 주변 친구들은 너무 잘한다는 것이다. 비교가 나쁘다고는 하나,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학원 입학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받은 엄마들의 자랑 섞인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괜스레 주눅이 든다. 마치 내가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작아지기만 하는 그 불편한 마음을 무시할 수가 없다.

    내 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은 아이의 부모는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쉰다. 처음에는 부모의 배경만 보고는 아이를 그룹으로 학습을 하자고 제안했던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와 내 딸아이를 부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혹 만나더라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그룹과 공부를 덜한 아이들 그룹이 나눠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하고픈 이야기와 듣고 싶은 정보는 공부를 덜 잘하는 아이들의 부모의 그것과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나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탓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후자의 입장에서는 서운함과 함께 기분이 좋지 않다.


     공부로 등급이 나뉘고 있다. 아이들 본인들은 그렇지 않다. 학부모가 그렇다. 아이들 성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간혹 배려하지 못하는 말들이 오가기도 한다. 상처받는 무리들이 생긴다. 내 아이의 성적이 안 나오기를 바라며 학습 방법을 택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단지 아이들의 공부재능으로 인해 결과가 달리 나왔을 뿐인데 말이다.

    성적으로, 학원 레벨로 그룹을 나누는 거... 이게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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