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형 Aug 11. 2023

승마교본 1

   당신은 지금부터 승마를 배운다.     

   당신은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여길 당신에게 말해준 사람도 나에게 승마를 배웠을 것이다. 누가 당신에게 이곳에 대해 알려주었는지 묻진 않는다. 당신은 한 이름을 말한다. 그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은 형식적인 반응이다. 어차피 당신이 진짜 소개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당신을 만났다.     

   나는 한 번에 한 사람만을 가르친다. 당신은 운이 좋았다. 만약 다른 손님이 있었다면, 당신은 발길을 돌려야 했을 것이다. 나는 당신을 훑어본다. 키는 남자라면 작고, 여자라면 크게 느껴진다. 남자라면 장발, 여자라면 단발인 머리를 하고 있다. 체형도 헤어스타일도 평소 자기 모습이 아닌 것마냥 옷차림이 어색해 보인다. 당신은 스물아홉이라 말한다. 서른이 되기 전 지금까지 못 해본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당신은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인다. 면접은 아니었지만 나는 당신의 말을 경청한다. 당신은 내가 돌려보낼까 봐 걱정한 것일까. 물론 그러한 말과 겉모습으로 우리가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리 없다. 당신은 짐이 별로 없었다. 캐주얼 복에 운동화, 그리고 여분의 옷가지가 전부였다. 당신의 피곤해 보이는 눈을 잠시 바라본다. 나는 당신을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승마장은 외진 산속에 있다. 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도보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 계절이면 승마장으로 들어오는 길에 철쭉이 만연하다. 당신도 그 철쭉이 이어진 길을 하염없이 걸어 들어왔을 것이다. 중간부터는 자동차가 들어올 수는 없는 길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승마장을 찾아 걸으며, 당신은 의심했을 것이다. 이 길의 끝에 과연 승마장이 있을까. 당신을 골탕 먹이려 한 건 아닐까. 하지만 철쭉 길이 끝나 숲에서 빠져나오면 넓은 벌판이 당신의 의심을 모두 날려버린다. 벌판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따라 사유지라는 팻말이 걸린 울타리가 있다. 길에 이어진 문은 닫혀 있지만 잠겨 있진 않았다. 벌판에는 세 마리의 말이 한가하게 풀을 뜯거나 뒹굴고 있다. 그 벌판 중앙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오두막이 있었다. 거리가 가늠되지 않는다. 당신은 오두막을 향해 걷는다. 각자 시간을 보내던 말들은 당신의 출현과 함께 당신에게로 시선을 집중한다. 눈앞에 보이는 오두막은 가까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멀어지는 것 같다. 잠시 멈춰 서자 모든 것이 그림처럼 느껴진다. 사진을 찍고 싶다 생각했지만, 소개해 준 사람 말로는 금지라고 들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면 어떨까. 사실은, 나와 사진에 관해 이야기한 적 없으니. 모든 것은 짐작이다. 나의 이야기처럼. 타인을 바라보는 것은 각자의 시각일 뿐이다. 이해라는 것은 오만의 다른 이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