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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형 Aug 11. 2023

승마교본 2

   당신의 방은 오두막 2층이다. 사면엔 창문이 있으며 얇은 커튼이 달려 있다.

   “자물쇠는 가져왔어요?”

   당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문은 항상 잠그세요. 저는 2층에 올라오는 일이 없을 겁니다. 청소는 직접 하시면 되고요. 본인 물건은 스스로 챙기시면 됩니다.”

   “저….”

   당신은 질문한다.

   “본인 물건 외에 1층의 모든 물건은 공용물품이라 생각하셔도 됩니다. 심지어 제 방에 있는 것도요. 다만 쓰고 나서 제자리에만 원위치시켜 주세요.”

   “알겠어요.”

   나는 내려와 1층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당신은 여기에서 한 달간 머물 것이다. 그 시간에 당신이 단지 말을 탈 수 있게 되거나, 아니면 말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단지 여기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신을 여기 소개해 준 누군가처럼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식사를 하며 당신에게 말한다.

   “이곳에는 얼마 전 태어난 당세마 한 마리를 포함하여 세 마리의 말이 있습니다. 보면 알겠지만 당세마는 탈 수 없으니, 사실상 두 마리의 말이 탈 수 있는 말입니다.”

   당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 말수가 적은 것일까. 잠시 감기는 눈꺼풀 위로 속눈썹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그런데 당세마라 했나요? 저 어린 말은 왜 머리에 저런 걸 쓰고 있는 거죠?”

   마방굴레를 쓴 작은 말을 보고 당신이 묻는다.

   “저건 마방에서 평상시에 씌워 놓는 굴레예요. 마방굴레라 부르고요. 일반적으로 굴레가 승마 시 씌우는 재갈굴레를 칭한다면, 일반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마방굴레라 부릅니다.”

   먼저 용어에 대해 설명해 준다. 용어의 통일은 서로의 오해를 줄여준다.

   “혼자 쓰고 있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익숙해지기 위해서예요. 다 커서 굴레를 씌우면 당연히 쓰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태어났을 때부터 익숙하게 만들어 주는 거죠. 혹시 개나 고양이를 키워 보셨나요?”

   당신은 고개를 젓는다.

   “개나 고양이도 태어났을 때부터 목에 실을 감아주면 나중에 목걸이를 하기 쉽지만, 성체가 된 후에 목걸이를 해주면 어떻게든 벗어버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익숙하게 만드는 것을 ‘순치’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굴레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다 큰 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를 쓰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럼 오늘부터 식사하고 자는 시간 빼고 말을 관찰하고 친해지세요.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말을 놀라게 하지 마세요. 특히 뒤에서는 절대. 그리고 항상 근처에 본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접근하세요. 잠도 서서 잘 정도로 겁이 많은 녀석들입니다.”

   조언은 그것이 끝이다. 당신은 그동안 찾아왔던 사람들과 달랐다. 질문을 더하지 않았고, 말에게 무리하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이틀 정도 오두막 앞의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말들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무리해 봐야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말들은 당신이 다가간 거리보다 조금 더 멀어질 것이다. 당신이 그들을 풍경처럼 바라보듯, 말들에게 하나의 풍경이 되려 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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