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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왜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by 장시무

왜?


2화에서 백강혁은 항문(극 중 레지던트 별명)에게 묻는다.

'왜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왜?'가 중요하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왜'가 해결되면, 무엇을 어떻게는 쭉쭉 나오는 스타일이다.

'왜' 없이, '일단 하자'가 잘 안 된다. 그래서 그런 사람과는 안 맞다. 느리고, 생각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단다. 그런 오해를 종종 받아온 건 사실이다.


삶의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다. 먹는 이유, 노는 이유, 함께 하는 이유, 이별하는 이유, 물건을 사는 이유, 버리는 이유, 돈을 써야 하는 이유,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 밤새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지금 여기 있는 이유, 나중에 거기 있어야 하는 이유. 등등등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나한테 묻는 것 같았다.


왜 그 일을 하는데?

멍해지면서 드라마는 드라마고, 생각에 잠긴다.




의사는 사람 살리는 일을 한다. 그리고 연봉도 많다고 한다. 모든 의사들이 연봉 때문에 할까? 사람 살리려 할까? 아마 두 가지 다가 아닐까? 혹, '연봉이 많아서, 나는 직업적으로 의사를 하는 것이지, 사람을 살리겠다는 사명감 따위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진짜 의사가 아닌 것일까?


진짜 의사, 가짜 의사, 애매하다. 사명감을 가진 직업인, 내 가족 내 몸뚱이 지켜내려 열심히 일하는 직업인, 누가 정의를 내리고,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런 드라마는 참 감동포인트가 있으면서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현실과 반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백강혁 같은 의사는 늘 외톨이며, 승진에서 자주 누락되며, 호불호가 명확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사람들은 등을 진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겠지만 많은 이들과 갈등 속에서 홀로 그렇게 잊힌다. 그리고 참 더 안타까운 게, 죽고 난 다음에 그의 미담이 드러난다. 그는 이미 없는데 무슨 의미가 그리 클까? 물론 듣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을 테지만, '당신이 그런 삶을 살래?'라고 묻는다면 그 미담으로 감동받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싶어는 할까?

감동은 받되, 그렇게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 사람들.

그럼 왜 감동받는데? 너는 그렇게 살진 않을거면서.



나는 왜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나?

음... 언젠가 아내가 보라고 해서.

그런데 그녀는 왜 보라고 했을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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