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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이 민 사 회 : 겉은 화려하나 속은 외롭다

by 장시무

이민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한국에서 이민오면 무조건 먼저 온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찾더라도, 오늘 보면 다 어제의 정보일 뿐이다. 그래서 먼저 온 자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자기의 필요가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적응도 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넓혀 나가면서, 더 이상 처음에 도움 준 사람에게 이전만큼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 더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는 순간, 이전 관계를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한인교회 안에 참 많다. 교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로 사랑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성숙한 신앙인들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지나칠 만큼 풍성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결국 그 교회를 떠난다. 그리고 마치 예전에 만나지 않았던 사람처럼 연락이 끊어진다. 그를 도왔던 교회 사람들은 상처받는다. 이 일이 한두 번 반복되면, 교회 안에서도 새로 오는 사람에 대해 경계하고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잘 도와준 결과가 갑자기 일방적 이별이라니… 그 문이 열리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의 역설이다.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라고 배우지만, 그럴수록 더 마음이 다치는 이 이민사회의 현실. 왜 그럴까? 왜 그래야만 할까? 인간의 욕심과 연약함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이민을 왔을까? 잘 살기 위해서 오지 않았는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계 안에서 존중과 배려는 사치다. 그러다간 다른 사람보다 늦는다.


돌아본다.

나는 그런 적이 없는지, 나도, 우리도 똑같은 사람은 아닌지. 내 유익이 눈에 보이면, 그동안의 관계와 그가 베풀었던 호의와 자비는 쉽게 연기처럼 날려 보내고, 내 손에 쥐어질 것만 바라보는 그런 군상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이민사회가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속은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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