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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25년 올해 계획 하나 성공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by 장시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그간 나는 올해 목표를 세우거나, 플랜을 짜는 사람이 아니었다.

물 흐르는 데로 사는 사람. 되는 대로 사는 사람. 안되면 어쩔 수 없고. 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에 덜컥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하루하루 지켜가는 어색한 나를 보았다.

웬일이지?

큰 충격을 받았나? 중년의 호르몬 때문인가?

그냥 꾸준히 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워낙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것저것 관심을 두는 편이라 늘 계획이 틀어지고, 변경되고, 새로운 길이 보이고 그러니 하나를 꾸준히 못하고, 그렇다고 뭔가 해내는 게 없는 건 아닌데...

뭐 그런 정의 내리기 힘든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아니 그냥 규정지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플랜을 세워서 그 플랜대로 잘하는 스타일이라는 내가 되고 싶지 않아서일까?

그런 규정 안에 나를 카테고리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이게 좋고 저럴 땐 저게 좋고 이거하고 싶다가도 저게 좋다고 하면 저거 하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보이면 그거 하고 싶고... 아직 10대의 피가 마르지 않은 느낌이다.


나는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사람은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그런데, 6월 6일, 오늘부로 나는 새해 계획 중 하나를 해내었다. 6월까지 아주 두꺼운 책 하나를 끝내겠다는 내 계획이 실현되었다! 그것도 매일 아침마다 읽어서 말이다(물론 100%는 아니다. 급한 일이 있을 땐 나중에 읽기도 했다). 중요한 건 해냈다는 것.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오늘 오후 너무나 화창한 날씨 속에서 자전거로 도시를 달렸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잠시 시티뷰를 보면서 커피 한잔 하기도 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누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나의 강점이다. 물론 세상은 내 강점과 상관없이, 나에게 절망과 고통을 선물하기도 한다. 받고 싶지 않지만 정신 차리고 보면 내 안주머니에 구겨져 담겨있다. 꺼내보기도 싫지만 옷을 빨려면 꺼내야 한다. 버려야 한다. 쉽지 않다. 그게 인생이나 꾸준함이 이런 성취라는 선물도 주고 어느새 안주머니는 텅 비어져 있다. 그래 이렇게 사는 거다.

알고 보니 하나를 성공하니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채워짐을 목표로 했는데, 비워짐도 얻었다.

인생은 참 오묘한 것. 기대이상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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