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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우리는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by 장시무

나의 어떠함이 나의 행동에 대한 핑계가 된다면?

내 성격, 기질, 성품이 다른 이에게 주는 상처를 정당화시켜 버리는 핑계가 된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해해 주면 좋겠어." 상처받기 전에 말한다면 서로 조심할듯하다. 그러나 대부분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된 이후에 상대가 표현하게 되면 그때서야 하는 말이다.


"나는 원래 말을 좀 심하게 하는 사람이니까 네가 들어도 별 뜻 아니라 이해해." 미리 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자신의 감정을 열심히 표출한 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했지? 좀 이해해 줘."


괜찮은가?


때론 나도 그런 사람으로 태어났어야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내 감정대로 상대에게 쏟아낸 뒤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없음이 때론 억울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왜? 늘 당하는 입장에 선 것만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그런 삶을 살았고,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것은,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속이 괜찮은데, 말 못 하는 사람들은 속이 썩어간다. 토해내지 못해서 안에서 곪는다. 결국 암덩어리가 된다. 마음이든 육체이든 그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말하지 못하는 자들에게도 이것은 핑계이다.

'내가 이렇게 태어났으니, 나는 말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야.' 하면서, 말해야 할 상황에서 입을 열지 못한 자신의 '연약함'을 자기 '스타일'이라고 '핑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둘 다 똑같다. 막말을 하는 것도 문제고,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늘 약자처럼 보이는 편에 서길 좋아한다. 하지만 더 솔직해지자. 둘 다 자기 기질 속에 자신의 부족함을 덮으려 한다는 것을.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살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나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결심한다. 말하기로. 최소한 그와 같은 레벨로 말하면, 덜 죄책감을 받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데?

... 하하하

끝까지 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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