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길 닿는 대로

한강으로 자전거를 타러 가는 일

by 연감자

오늘 서울 날씨 흐림, 28도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니 더 이상 자전거 타는 것을 미룰 수 없다. 꼭 봄이나 가을에 한강으로 자전거를 타러 가는데, 이번 연도에는 지금까지 가지 못했다. 비상이다. 쌓인 스트레스들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얼른 가야 한다.

눈이 떠진 시각은 6:18분. 6을 9로 보고 9시인 줄 알았으나 난 6시 기상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자전거를 기어코 타고 말겠다는 생각에 계획엔 없었지만 바로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시간이 나면 글을 쓸 탭과 아름다운 것을 놓치지 않을 마음으로 넣은 나의 카메라, 햇빛을 가릴 선글라스와 당 떨어질 때 먹을 과자, 얼마 전 선물로 받은 카메라를 메고 있는 숀과 함께 집을 나섰다.

도착한 노량진역. 8번 출구로 나가면 수많은 따릉이가 날 기다리고 있다. 2시간으로는 부족하지만 일단 결제하고, 바로 탑승한다. 아직까지는 부는 바람이 그렇게 덥지는 않다. 햇빛도 구름에 가려져 자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역시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다. 그렇게 노들역 부근에서 한강이 보이는 자전거길에 도입한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다는 정보에 사람들이 한산하다. 적당히 페달을 밟는다. 바람이 내 온몸 구석구석 스쳐 지나간다. 걸을 때 스치는 바람과 자전거를 탈 때 날 훑고 지나가는 바람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아- 시원하다. 육성으로 나도 모르게 나온 한마디.

요즘 까치와 비둘기는 자전거가 와도 피하지도 않는다. 횡단보도를 걷는 까치를 보며 나중에 저 소중한 날개가 더 이상 쓸 일이 없게 되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까치들은 날았던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라는 잡생각을 하다가도, 한강의 물결을 보면 이내 마음의 물결도 잔잔해진다. 그저 지금 해야 할 것은 중심을 잡고 남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긴장하며 자전거를 타는 일.

가양역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왜인지 모르게 항상 길게 느껴진다. 허벅지와 치골이 아픈 느낌이 든다는 것은 내가 자전거를 제대로 타고 있다는 뜻이다. 힘들 때쯤이면 내리막길이 있다. 내리막길에서 발을 구르지 않고 그저 바람을 타고 쭉 내려가면, 허벅지는 다시 회복되고 또 평지를 구른다. 가기 전 한 줄 산 김밥을 우적우적 먹으며 한강을 눈에 담는다. 나만을 위한 소풍이다. 자전거길은 어떻게든 이어져 있으므로 돌아오는 길은 두렵지 않다.

돌아오는 길은 샛강 쪽으로 돌아왔다. 왔던 길과 달랐는데, 어쨌든 이어져 있겠지 싶어 처음 가보지만 도전해 보았다. 꽤나 온 것 같았는데 노들역이 보이지 않아 걱정스러워 지도를 몇 번이나 봤지만 결국 왔던 길이 다시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돌아오는 길은 체감상 더욱 빨랐다. 집에 가는 기분 때문일까. 아니면 왔던 길이 얼마나 걸렸는지 알기 때문에 전혀 망설임 없이 올 수 있는 걸까.

노량진으로 돌아와 모닝글로리에 들려 필기구를 구입한 후 스타벅스에 앉는다. 커피 한 잔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나의 일요일은 이렇게 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일은 매우 번거롭다. 한 시간을 넘게 걸려 온 노량진에서 자전거를 끌고 노들역까지 향해야 비로소 한강을 보며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쌩쌩 달리는 자전거 동호회 같은 사람들, 위험하게 타면서 깔깔거리는 아이들, 나와 같이 그저 즐기러 나온 사람들을 보며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난 그저 자전거 길을 따라 오른편 쪽에서 조용히 나의 속도로 페달을 밟는다. 동시에 느껴지는 내 몸을 식혀주는 바람과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들, 송글거리는 땀을 식혀줄 조금 시원한 바람, 두두두두 지나가는 지하철. 이 모든 것들이 나를 겹겹이 감싸, 천착하던 생각들을 잠시 추방시키고 그 자리에 모여든다. 이 루틴은 벽에 막힌 나를 돌려세워 다시 뚫린 살아가는 길 방향으로 바꿔놓는다. 허벅지가 타는 듯한 고통과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더더욱 페달을 더 세게 밟는다.

아, 지금 나는 살아있고, 어쩌면 조금은 자유롭게 땅에서 살짝 날아오르지 않았을까. 1nm 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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